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5-20 18:39:28
끝 모를 건설업 불황에 일감이 떨어진 부산 건설업계에서는 일거리를 찾지 못한 근로자들이 대거 현장을 떠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정부나 지자체가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며 지역 업체를 위한 분리 발주 등 ‘지역 맞춤형 발주’를 강력 요청하고 있다.
19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지역 건설업 종사자 숫자는 1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만 1000명(-8.6%) 감소했다. 반면 지난달 부산의 고용률은 58.7%로 전년 대비 0.9%포인트(P) 올랐다. 특히 같은 기간 제조업 취업자 숫자는 3만 6000명(16.2%)이나 늘었으니 상대적으로 건설업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지역 건설업체 일감이 줄다보니 현장 근로자 등 고용 인원도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부산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돌아가는 현장이 예전만 못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젊은 직원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과 자세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공구 분리 발주’와 같은 적극 행정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일감이 없어 현금이 돌지 않는 지역 건설사들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기 때문이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계약을 발주할 때 종합 공사 추정 금액이 100억 원 미만일 경우 관할 시도 내 본사 소재 업체로 입찰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부산도시공사가 지난해 발주한 센텀2지구 1단계 조성 공사가 대표적인 분리 발주 사례다. 도시공사는 지장물이 많은 서측 구간과 동측 구간을 나눠 발주해 2개 공구의 공사 금액을 각각 100억 원 미만으로 낮췄다. 지역 업체가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펼친 것이다.
다만 법은 사업 내용이 확정된 공사에 대해 지자체가 이를 임의로 분할하는 것을 제한한다. 공사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고 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1군 건설사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김태하 사무처장은 “지자체나 도시공사가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분리 발주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여러 개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조건을 살펴볼 의지가 부족했을 뿐”이라며 “센텀2지구를 비롯해 공항 배후도시, 에코델타시티 등 부산의 주요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부산 업체가 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전문 건설업계도 지역 안배가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시 조례에 따르면 지역 건설산업의 사업자는 하도급업체의 지역 비율을 70% 이상 확보하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하도급 비율이 50%에 불과하고, 지역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 공사로 범위를 좁혀도 조례가 정한 70%에 미치지 못한다. 지역 업체를 쓰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있지만, 지자체와 대기업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에 가까운 실정이다.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일례로 대전시는 올해 초 지역 내 공사에서 지역 업체 참여 비율을 원도급 30% 이상, 하도급 70% 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시의 이 같은 기조에 올해 1분기 대전 지역 민간 대형 건축공사의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율은 69.2%를 기록했다.
부산전문건설협회 왕재성 사무처장은 “일거리가 급감해 매일 같이 회원사들이 협회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는 실정”이라며 “대형 인프라 공사에 지역 협력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