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나는 SOLO’ 잇따라 여는 지자체들… 동래구청, 이번엔 ‘공무원 특집’

동래구 등 미혼 남녀 만남 주선
공공기관 종사자 맞춤형 행사도
결혼 기피·저출생 문제 해소 기대
저연차 공무원 이탈 막는 목적도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2025-05-29 17:28:48

지난해 11월 부산 사하구 을숙도국립청소년생태센터에서 미혼남녀 28명이 참가한 만남 행사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가 열렸다. 사하구청 제공 지난해 11월 부산 사하구 을숙도국립청소년생태센터에서 미혼남녀 28명이 참가한 만남 행사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가 열렸다. 사하구청 제공

저출생 문제로 고민하는 부산 지자체들이 결혼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미혼 남녀들의 만남을 앞다퉈 주선하고 나섰다. 참가 대상자가 공무원으로 한정된 행사도 있어 지자체가 계층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슷한 조건의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 동래구청은 다음 달 20일 ‘동래방래 심쿵 시그널’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구청, 경찰서 등 관내 공공기관과 은행 등 유관 기관에 종사하는 미혼 남녀들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사다. 참가자들이 와인바에서 만나 각종 레크리에이션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28명을 모집하는 이 행사에는 예산 990만 원이 투입된다.

부산시도 다음 달 2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내는 솔로데이’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시청, 법원 등 부산에서 일하는 미혼 공무원 40명이 참가해 다양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는 이 사업에 예산 1890만 원을 책정했다. 시는 하반기 참가 대상을 공공기관 종사자로 넓혀 2차 행사를 열 계획이다.

부산 지자체 ‘커플 만들기’ 행사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사하구의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는 결혼축하금 등 1인당 최대 6300만 원에 달하는 ‘통 큰 지원’으로 인기다. 이번 달 2차례 열린 행사에서 남녀 24명이 커플로 맺어졌다. 지난해 28명이 참여하는 첫 행사에는 164명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사하구청은 다음 달 21일 공공기관 재직자를 대상으로 3차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들 행사는 결혼과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공통으로 내세운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면,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출생률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대다.

공직 사회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부산시가 공무원 4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5%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특히 남성, 30대 이상인 응답자의 참여 의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기획한 부산시 인사과 관계자는 “최근 조기 퇴사율이 높은 저연차 공무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라며 “행사를 통해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 사회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조직과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결혼과 출생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참가 대상이 공무원 등 공공기관 종사자로 제한된 경우가 있어 지자체가 계층화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여가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이유 등으로 연애나 결혼을 계획하지 못 하는 이들이 더 많은 현실에서 지자체가 안정적인 공무원끼리 만나 결혼하도록 장려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시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결국 소개를 받아도 직업이나 소득과 같은 ‘조건’을 따지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게 현실”이라며 “공직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행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래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과 커플 매칭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을 감안해 참가 대상자를 정했다”며 “차후 참가자들의 호응도와 실적에 따라 참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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