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5-05-29 18:22:55
부산에서 스마트양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류의 성장을 증권화해 투자상품으로 만드는 ‘양식장 STO(토큰증권발행)’ 모델이 시도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송아지를 쪼개 투자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양식장에서 자라는 넙치 등에도 조각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6년 연말 안으로 전국 첫 ‘스마트 양식 빅데이터센터’가 국립부경대학교 용당캠퍼스에 들어선다. 총 사업비는 130억 원 규모로, 이 중 70%인 약 91억 원은 해수부가, 나머지 39억 원은 부산시가 부담한다. 센터는 단순한 행정 기능이 아닌, 전국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로 양식 어류의 생육 과정과 수질, 사료 투입, 폐사율, 출하 실적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해 양식장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한다.
현재는 정보전략계획(ISP) 용역이 진행 중이며, 이 작업에는 국립부경대를 포함해 스마트양식 설계·운영 경험을 보유한 아쿠아프로, 해양기상데이터 전문기업인 한국해양기상기술, 정보통신기업 VTW, 호서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빅데이터센터는 특히 해수부가 지정한 전국 6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부산, 강원, 경북, 전남, 제주, 충남 당진)와 연계돼 이들 시범 양식장에서 수집되는 실시간 데이터를 토대로 표준화·고도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2월 기장군에서 대서양 연어를 사육하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가 준공돼 운영에 들어갔다.
스마트양식장 STO 구상은 바로 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다음 단계다. STO란 특정 자산을 기반으로 한 수익배분형 증권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해 일반인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최근 한우 송아지를 대상으로 한 ‘뱅카우’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부산시와 용역 수행진은 이 같은 STO 모델을 양식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아쿠아프로 윤지현 대표는 “양식장에서 물고기가 몇 마리나 자라고 있는지,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외부 환경과 차단된 폐쇄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폐사율이 낮아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 상품 개발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IT업체 아이티센은 이 사업에서 STO 플랫폼 구축을 고려 중이다. 플랫폼 개발에 약 25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STO 법제화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 이후, 넙치 등 양식 어종을 대상으로 한 첫 조각투자 상품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이티센은 금과 은을 비롯한 각종 귀금속 투자 플랫폼 ‘센골드’를 운영하는 등 실물연계자산(RWA) 운용에도 이미 노하우를 갖춘 업체다.
육상 해수 양식장의 경우 전국에 약 540곳이 있으며, 부산에는 10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사업이 추진되면, 영세 어민들은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부채 부담을 줄이고 소득을 늘릴 수 있다. 국민들은 연어·넙치 등 실물 기반 조각투자로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융과 수산업의 결합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산업 구조 전환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송아지는 개체 단위로 쪼갤 수 있지만, 양식어류는 그렇지 않다”며 “수조 단위로 STO를 구성하거나, 입식된 어류의 수량이나 생산 라인을 기준으로 자산 구조를 잡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