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3’ 황동혁 감독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마무리
기후위기·불평등·전쟁 등 심각
“얻은 것 많지만 잃은 것도 많아”
‘기훈’ 연기한 이정재에 고마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7-08 16:39:27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든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든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사람은 어떤 존재라기보단, 어떤 존재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황동혁 감독의 말이다. 황 감독은 생존 게임이라는 외피 속에 자본주의, 양극화, 인간성의 붕괴라는 여러 메시지를 담아내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시즌1부터 3까지 장장 6년간의 긴 레이스를 마친 황 감독은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며 “장기 프로젝트는 아마 앞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게임의 연속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 앞에 놓인 사람들의 선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사회 구성원들을 대변하는 참가자 456명은 끝없는 경쟁과 생존의 논리 속에 던져져 서로를 돕고 해치기도 하면서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황 감독은 “처음 시즌2를 생각했을 땐 해피엔딩을 떠올렸다”며 “하지만 집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전쟁의 위협도 커지고 있으며, 기후위기도 심각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를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지금의 성장과 발전, 욕망을 조금 내려놓고 희생을 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감독은 ‘인간’이란 존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극의 말미 주인공 기훈이 외치는 “사람은 …”은 황 감독의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다. 황 감독은 “이기적이고, 파괴적이고, 비정하고, 탐욕스러우면서도 어떨 때는 인간애가 넘치는, 종잡기 힘든 존재가 인간"이라며 "말보다는 기훈의 행동으로 사람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다”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주인공인 성기훈이 어떤 인간인지, 성기훈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저를 돌아봤어요. 나는 뭘 만들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성찰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고마워요. 한땐 저를 우쭐하게 한 적도 있지만, 결국 저를 겸손하게 만들어줬으니까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기훈의 여정이 끝나며 ‘오징어 게임’은 막을 내렸지만, 시즌3 마지막 미국 ‘딱지녀’ 장면이 나와 스핀오프(파생작)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황 감독은 “성기훈이 ‘오징어 게임’을 폭파하는 동력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게임의 시스템은 공고하고 전 세계에 퍼져 있어서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만든 장면”이라며 “그걸 이어서 뭘 하려 한다거나, 미국판과 연결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이가 많이 빠졌어요. 장기 프로젝트는 이제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프런트맨, 박 선장, 딱지남의 뒷이야기를 스핀오프로 풀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황 감독은 6년 동안 함께 달려온 배우 이정재에게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2022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황 감독이 이 작품으로 드라마 부분 감독상을 받을 때, 이정재는 같은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감독은 “시즌2와 시즌3을 찍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재 씨가 다이어트를 했다”며 “점점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찐 채소만 먹었다”고 했다. 그는 “저희와 밥도 같이 안 먹고, 극한의 다이어트를 해가며 열정적으로 기훈을 연기해준 정재 씨가 존경스러웠고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런 헌신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아마 정재 씨와 함께했던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참 고마웠죠. 그 시간이 제게 참 오래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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