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5-07-23 18:39:12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경남 산청군 산사태가 산사태 주요 관리 대상에서는 빠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이 해마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번 인명 피해 지역 대부분은 이 취약지역에서 비껴갔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산청군 인명 피해는 사망 13명, 실종 1명 등 총 14명이다. 이 중 산사태나 토사 유실에 휩쓸렸거나 주택 붕괴로 이어져 사고를 당한 이는 최소 7명이다.
산사태 발생 장소도 다양하다. 산청읍과 신안면 외송리, 단성면 방목리 등에서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없는 지역까지 포함하면 이번에 산청군에 발생한 산사태 발생지는 141곳에 달한다. 사실상 산청군 전역이 산사태 우려 지역이었던 셈이다.
산림청은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 발생·산간 계곡의 토석류가 유출될 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뜻한다. 지정되면 한 해 2회 이상 현장 점검이 이뤄지고, 4단계 위기 경보를 받게 된다. 또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 사업 등이 추진되며, 일선 지자체가 사전 대피 명령 등을 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은 산림청 기초조사·지자체 현장 실태조사·전문가 검증을 거친 뒤 최종 지정한다. 현재 산청군에는 총 195곳이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인명 피해 현장 중 산사태 취약지역은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취약지역 지정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방재 전문가들 역시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만큼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기준을 세밀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방재안전학회장인 강원대 전계원 교수는 “산사태는 산불 감시원처럼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다. 위험에 처했을 때 연락과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과 훈련도 중요하다. 이 근거가 되는 것이 산사태 취약지역이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으로 지정·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