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2025-09-11 20:00:00
금융위원회 해체로 금융위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금융 공공기관 통폐합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산하 금융기관들도 재경부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헤쳐 모여’ 분위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기관 통폐합 지시까지 더해져 단순 이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등 4개 기관으로 쪼개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기둥 격이었던 금융정책 업무가 재경부로 이관되며, 산하 공공기관들도 재경부 산하로 옮겨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 △수출입은행(수은)과 무역보험공사(무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보증공사(HUG)에 대한 통폐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실 이들 기관들은 과거에도 통폐합 논의가 이뤄진 곳들이다. 신보의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수은과 무보의 경우 수출거래 보증 업무, 주금공과 HUG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정책 지원 등이 중복 업무로 꼽히며 구조 조정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부산에 본사를 둔 A기관 한 관계자는 “입사 이래 30년 가까이 통폐합 얘기를 들어왔지만 실제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될지 안 될지 설만 난무해 조직 내부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B기관 관계자도 “직원들 사이에서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직 없지만 공공기관이다 보니 만일 합치라는 결정이 이뤄지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들 기관들의 통폐합설이 나왔지만 정치권과 노조 반대 등으로 번번히 표류했다. 하지만 이번 통폐합 논의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관측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은 물론 금융위원회법까지도 개정해야 하는데 부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관 통폐합 논의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가 활발했는데 이번에 민주당 정권이 다시 들어섰고, 대통령이 직접 지시까지 한 만큼 통폐합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울러 이번 정부의 경제부처 개편 구상의 핵심이 기획재정부에 집중된 권한의 축소였던 만큼, 금융 공기업을 재경부 산하로 단순 이전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신보와 기보, 수은, HUG의 경우 수장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거나 사의 표명 후 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땅히 통폐합을 반대하고 나설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통폐합이 되면 독점 구조로 경쟁 관계가 사라지면서 몸집만 큰 비효율 조직이 꾸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