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9-11 20:30:00
부산에서 분양한 하이엔드 아파트들이 계약률 70%를 돌파하는 등 선전하면서 지역 분양시장의 오랜 불황을 뚫어내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선전으로 하반기 분양을 앞둔 부산의 1만 3000여 세대 신축 단지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다만 일부 단지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저조한 모습인데, 지역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는 양극화 기조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11일 대우건설과 지역 분양업계에 따르면 수영구 남천동의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정당 계약률이 70%를 돌파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고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였기에 70%의 정당 계약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아파트의 평(3.3㎡)당 분양가는 5191만 원으로 부산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양 당시 경쟁률이 높았던 전용 면적 84㎡나 122㎡ 등 중형 평형 위주로 계약이 우선 체결됐다. 84㎡B 타입의 경우 1순위 기준 24세대 모집에 7840명이 청약을 신청해 326.7 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분양가가 30억~40억에 달하는 182㎡ 타입도 전망이 확보되는 동을 위주로 상당수 계약이 체결됐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완판된 동구 범일동 ‘블랑 써밋 74’도 초반 정당 계약률은 20%대에 불과했다”며 “분양시장이 극도로 침체한 상황에 중도금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계약률 50%’ 선을 훌쩍 넘었다는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CY 부지에 들어서는 ‘르엘 리버파크 센텀’ 역시 계약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순조롭게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청약 당시 경쟁률이 높았던 전용 면적 84㎡은 이미 계약이 마감됐고, 104㎡ 타입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11일부터 무순위 계약을 실시하는데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평수가 많아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기 동안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던 서부산권도 서서히 훈풍이 불기 시작한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에코델타시티 24블록에 건립되는 ‘에코델타시티 아테라’는 11일 기준 계약률이 70%를 넘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실시한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이 0.3 대 1에 불과할 정도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실수요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면서 빠른 속도로 계약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하반기 분양을 앞둔 신축 아파트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하반기 부산에서는 17개 단지, 1만 3672세대가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부산진구(2967세대), 강서구(2748세대), 해운대구(2730세대), 동래구(2539세대), 수영구(835세대), 동구(768세대), 서구(542세대) 등이다.
하지만 최근 강서구나 부산진구에서 청약을 진행한 일부 단지의 경우 0.2~0.4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대다수 평형에서 미달됐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하이엔드 아파트가 내세운 고분양가에도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입지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산 전반적인 상황이 침체된 분위기다 보니 상급지 위주로 치고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지역 내 양극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