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반발에 여 특검법 합의 파기… 야 "개딸에게 이쁨받는 데 몰두"

강성 지지층 뜻 거스르지 못 해
이 대통령 협치 메시지도 무용
국힘, 장외투쟁 거론 강경 전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9-14 18:30:00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했던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정안을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반발에 스스로 철회하면서 당내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강성 팬덤에 휘둘리고, 국민의힘은 장외투쟁까지 거론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국민의힘과 특검법 개정안 수정안을 전격 합의했지만, 다음 날 곧바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청래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협의해 이뤄낸 합의였지만, 보도 직후 개딸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고,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독박’을 쓰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 개정안이 민주당 안대로 통과된 이후에도 정 대표는 “부덕의 소치”(11일), 김 원내대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13일)며 잇따라 사과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개딸의 영향력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자 폭탄 등을 동원해 압박하는 강성 지지층의 움직임에 의원들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당원들이 자신들이 후보와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각종 선거에서 의사 결정에 적극 개입하고 있어,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뜻을 쉽게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메시지는 당내 강경파 흐름에 가로막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정청래 대표와의 회동에서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고 밝힌 다음 날 정 대표가 야당 해산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면 당심을 등에 업은 정 대표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야권에서는 “정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도 강경 지지층의 동향을 살피며 발언 수위를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합의 파기 사태를 계기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딸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강 대 강 대치 구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진정한 리더는 누구인지 묻고 싶다. 혹시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 대표도 아닌 ‘개딸 리더십’에만 기대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개딸이 좋아할 만한 말과 행동만을 골라 하며 그들에게 이쁨받는 데에만 몰두한다”며 “일부 상식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심각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고, 오히려 개딸과 같은 강성 지지자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 분란은 증폭하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자 국민의힘도 장외투쟁 등 강경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현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가장 강력한 방법까지 동원해서 국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며 장외투쟁 가능성을 거론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당원 1만 5000명(당 추산)이 참가한 ‘야당 탄압 독재정치 규탄 대회’를 열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용산의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 그러나 대한민국에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개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협상력을 잃고, 국민의힘은 장외투쟁 외에 선택지가 줄어드는 극한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협치를 위해 각 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압박을 넘어 당 주도권을 잡아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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