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11-01 15:00:00
클립아트코리아
질병 찾기의 끝이 아닌 건강 관리를 위한 ‘출발점’. ‘건강검진’ 얘기다. 과거에는 특정 질환을 진단받은 뒤 치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위험 요인을 미리 찾아내 관리하는 예방의학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검진을 앞두고 어떤 항목을 선택해야 할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연령과 성별, 가족력, 생활습관에 따라 맞춤형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0대 이후 암검진 ‘필수’
연령대별로 건강검진 항목에 차이를 보인다. 20~30대의 경우에는 2년에 한 번 정도 기본 건강검진을 받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흡연·음주 습관이 있거나 비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매년 검진을 받으면 좋다. 대한가정의학회 한성호(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회장은 “부모나 형제자매가 50세 이전에 암 진단을 받았다면 일반인보다 더 이른 시기에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유했다.
40대 이후부터는 암 검진 항목이 본격적으로 포함된다. 국가검진 기준에 따르면 위암과 유방암 검사는 40세부터, 대장암 검사는 50세부터 시행된다. 간암은 B·C형 간염 보유자나 간경변증 등 고위험군에 한해 40세부터 매년 2회 검사를 권장한다. 폐암 검진은 54세 이상이면서 30갑년(1갑년은 일평균 담배 갑에 흡연기간을 곱한 값) 이상 흡연을 한 장기 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CT가 시행된다.
하지만 직장 검진만으로는 일부 항목이 누락될 수 있어 개인의 위험요인에 따라 추가 검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동아대병원 박영진 건강증진센터장은 “20~30대의 경우 갑상선 결절이 흔하기 때문에 필요 시 초음파 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료용 방사선은 대부분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회장은 “흉부 X선이나 유방촬영은 자연방사선 수준과 비슷하며, 저선량 CT도 관리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다”면서도 “같은 검사를 불필요하게 반복하지 않도록 누적 검사 기록을 보관하는 한편 다른 병원에서 진료할 때 기록을 알려주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남녀간 검진 항목 차이 ‘뚜렷’
검진 항목은 남녀 간에도 차이가 뚜렷하다. 여성은 20세부터 2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야 하고, 40세 이상이면 유방 촬영이 추가된다. 치밀유방인 경우 X선 촬영만으로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방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남성의 경우 흡연자는 폐암 검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50세 이후에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 주의해야 할 질환도 다르다. 20~30대는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이 생각보다 일찍 나타나며 최근 들어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늘고 있다. 40~50대의 경우엔 위암·대장암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 지방간과 대사증후군 관리가 중요하다. 60대 이후에는 골다공증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 치매, 낙상 위험 평가 등 노인성 질환 중심의 검진이 필요하다.
비싼 검진 패키지를 무조건 고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위험 요인에 맞춰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흡연자의 경우엔 폐 CT를, 간염 보유자는 간 초음파를, 치밀유방 여성은 유방 초음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족력이 있으면 대장 내시경이나 골밀도 검사, 수면 검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설명 듣는 날이 ‘건강 관리의 시작’
검사 결과는 보통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받아보지만, 이상 소견이 있거나 응급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반드시 의료진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심전도 이상, 당뇨 수치 급상승, 초음파상 종양 의심 등의 결과가 이에 해당한다. 병원 방문이 어렵다면 결과표에서 ‘추적 필요’나 ‘즉시 진료 요망’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분변잠혈 양성, 공복혈당 126 이상, 신장 기능 저하, 중증 빈혈 같은 항목은 재검이나 진료가 꼭 필요하다. 단일 수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준 범위와 비교하거나 과거 결과와 달라진 점을 추적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검진센터를 고를 때는 전문의 상주 여부, 내시경 안전관리, 응급대응 체계, 결과 상담의 충분성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하루 만에 여러 검사를 몰아서 받는 ‘원데이 패키지’도 많지만, 피로감이 큰 경우 며칠에 나눠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필요 시 전문 진료와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센터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회장은 “건강검진은 건강을 계획하는 시작점이 되는 만큼 혈압·혈당·체중 변화를 꾸준히 추적하고 검진 주기를 지키며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 역시 “부산은 검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건강검진센터 한 곳을 정해 꾸준히 관리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