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 번째 30만 명 돌파… ‘2025 바다미술제’ 2일 폐막

다대포라는 장소 특정형 전시 깊이 더해
지역 커뮤니티 참여 자체를 전시 일부로
관람에서 경험으로 변화 이끈 노력 주목
첫 도입 도슨트·실시간 지도 제공 호평
지역 작가 참여·미술계 자극 부족 지적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11-03 09:00:00

관람객 참여 호응도가 높았던 2025바다미술제 '씨앗 굴리기 대회' 오미자 작가와 참가자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관람객 참여 호응도가 높았던 2025바다미술제 '씨앗 굴리기 대회' 오미자 작가와 참가자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6년 만에 다시 다대포로 돌아온 2025바다미술제가 37일간의 항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2일 폐막했다. 지난 9월 27일 개막한 올해 바다미술제는 ‘언더커런츠(Undercurrents, 밑물결): 물 위를 걷는 물결들’을 주제로 17개국 23팀 38명의 작가가 총 46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누적 관람객은 30만 명(10월 27일 기준)을 넘어섰다. 부산비엔날레와 격년으로 바다미술제를 치르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역대 최다 관람객은 2017년 다대포 개최 당시(38만 4526명)였으며, 6년 전인 2019년 다대포 개최(21만 명)와 바로 직전 개최 해인 2023년 일광 개최(14만 9000명)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관람 인원 30만 명대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두 번째다.

다대포 해변 지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생성한 뿔 모양 스피커 6개로 구성한 마르코 바로티 ‘표류하는 소리’(2025). 부산의 수중 생태계 음향과 다대포 후리소리가 얽힌 사운드를 송출해 관람객 반응이 특히 좋았던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다대포 해변 지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생성한 뿔 모양 스피커 6개로 구성한 마르코 바로티 ‘표류하는 소리’(2025). 부산의 수중 생태계 음향과 다대포 후리소리가 얽힌 사운드를 송출해 관람객 반응이 특히 좋았던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서로 다른 시간성을 지닌 재료들이 공존하는 설치 작품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폴리미터’(2025). N차 관람객의 SNS 인증샷 반응이 특히 높았던 작품이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서로 다른 시간성을 지닌 재료들이 공존하는 설치 작품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폴리미터’(2025). N차 관람객의 SNS 인증샷 반응이 특히 높았던 작품이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폴리미터'. 2일 바다미술제 폐막일이 되자 화석 연료 기반 폴리우레탄 외피와 달리 기장 다시마로 만들어진 내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기가 제법 줄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폴리미터'. 2일 바다미술제 폐막일이 되자 화석 연료 기반 폴리우레탄 외피와 달리 기장 다시마로 만들어진 내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기가 제법 줄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올해 바다미술제에 이처럼 많은 관람객이 모인 데는 다대포라는 장소 특정형 전시의 깊이와 확장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지역과 함께 완성된 예술, 협업으로 피어난 현장성, 그리고 관람객이 단순히 ‘관람하는 존재’에서 작품 속으로 직접 참여하는 ‘체험자’로 전환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26일 2025바다미술제 미디어데이 및 개막식에서 베르나 피나(맨 왼쪽)와 김금화(가운데) 전시감독, 그리고 이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9월 26일 2025바다미술제 미디어데이 및 개막식에서 베르나 피나(맨 왼쪽)와 김금화(가운데) 전시감독, 그리고 이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무엇보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단순히 다대포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지 않고, 지역이 가진 지리적·문화적·생태적 특수성을 전시의 핵심 주제로 끌어올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올봄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을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사상 유례없이 3명을 공동감독으로 위촉해 의견 불일치 등의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김금화와 베르나 피나 2인 체제로 바뀌었지만 나름 잘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2025바다미술제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의 '실버 붐'(2025) 퍼포먼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2025바다미술제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의 '실버 붐'(2025) 퍼포먼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이진 ‘물결의 되울림’(2025). 김은영 기자 key66@ 이진 ‘물결의 되울림’(2025). 김은영 기자 key66@

두 전시감독의 강한 의지 표명도 있었지만,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확장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예를 들면 안나 안데렉의 퍼포먼스 시리즈 ‘실버 붐’의 경우, 부산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여성들이 직접 퍼포머로 참여해 자신의 몸과 삶의 이야기를 움직임으로 표현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안체 마에브스키​‌‌는 고생물학자 남기수 교수와 부산대 미술학과 학생들과 협업한 작품 ‘진화하는 페인팅’을 선보였고, 올라프 홀츠압펠은 ‘언덕 사이로 길은 흐릿하지만 우리가 될 수 있는 풍경은 아름답다’ 작품을 만들면서 지역 목수와 부산대 건축학과 학생들과 함께했다. 또한 부산교통공사의 지원으로 다대포 역사 안에 설치한 이진 작가의 작품 ‘물결의 되울림’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진과 협력했다. 이런 사례들이야말로 예술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경우이다.

2025바다미술제 '라운드 테이블' 중 '개발과 돌봄 사이: 기로에 선 다대포의 미래' 진행 모습.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2025바다미술제 '라운드 테이블' 중 '개발과 돌봄 사이: 기로에 선 다대포의 미래' 진행 모습.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2025바다미술제 연계 프로그램 '바다에서 온 지시문' 진행 모습.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2025바다미술제 연계 프로그램 '바다에서 온 지시문' 진행 모습.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마리 그리스마의 ‘물속에서 만나는 예술’ 워크숍 장면.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마리 그리스마의 ‘물속에서 만나는 예술’ 워크숍 장면.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관람에서 경험’으로 변화를 이끈 참여형 프로그램 확충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전시 기간 매주 주말과 공휴일에는 바다미술제로선 처음 도입한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숨은 물결 따라 걷기: 아트&네이처)을 1일 4회씩 운영해 참여형 예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우리엘 올로브의 ‘식물 읽어주기’ 특별 낭독 프로그램, 스노클링으로 물속 작품을 감상하는 마리 그리스마의 ‘물속에서 만나는 예술’ 워크숍, 거대한 공 작품을 직접 굴려보는 오미자의 ‘씨앗 굴리기 대회’ 등은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직접 발을 들이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라운드테이블’과 ‘학제 간 대화’는 총 4회가 기획돼 KAIST 인류세연구센터, 환경운동가, 고생물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예술·생태·인류의 공존을 논의하는 글로벌 담론의 장을 열었다.

다대포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된 바다미술제 지도와 국·영문 제작 가이드맵을 배포하는 상자. 김은영 기자 key66@ 다대포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된 바다미술제 지도와 국·영문 제작 가이드맵을 배포하는 상자. 김은영 기자 key66@
한 관람객이 상자에서 국·영문으로 제작된 가이드맵을 꺼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한 관람객이 상자에서 국·영문으로 제작된 가이드맵을 꺼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 외에도 실시간 위치 기반 전시장 지도 서비스가 도입된 공식 홈페이지는 누적 방문자 수가 1만 1000명 이상을 기록해 높은 참여도를 입증했다. 국·영문으로 제작된 가이드맵 역시 전시장 곳곳에서 배포돼 국내외 관람객 모두에게 편리한 관람 환경을 제공했다.

다만, 올해 바다미술제 참여 작가 23명(팀) 가운데 부산 등 국내 작가 참여가 21%에 불과한 것과 미술계에 자극이 될 만한 실험성과 도전성 등 참신함은 덜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이준 집행위원장은 “이번 미술제는 지역과 예술이 함께 호흡하며, 시민 참여형 축제로 자리매김한 계기”라며 “앞으로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야외 전시인 만큼 안정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위해 장기적 협력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