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 2025-11-21 12:13:41
경찰. 연합뉴스
세간에 '엽기토끼 신발장 사건'으로 잘못 알려진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20년 만에 특정됐다. 그러나 피의자는 지난 2015년 이미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에서 5개월 간격으로 연달아 발생한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장기 미제 수사를 벌인 끝에 피의자 정 모(범행 당시 60대) 씨를 특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정 씨는 범행 장소였던 Y빌딩의 관리인으로, 지난 2015년에 사망했다.
정 씨의 범행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정 씨는 서울 양천구 소재 Y빌딩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당시인 2005년 6월, 휴일에 병원 진료차 빌딩을 방문한 A 씨에게 “1층 문이 잠겼으니 지하로 가라”며 유인했다. 정 씨는 A 씨를 빌딩 지하 창고로 데려가 현금 등을 빼앗고 성폭행한 후, 양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그후 5개월 뒤인 11월, 정 씨는 귀가 중이던 B 씨를 같은 방법으로 지하 창고로 유인,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정 씨는 이듬해인 2006년 2월, 동일한 수법으로 또다른 피해자 C 씨를 지하 창고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나 당시 과학수사의 한계로 이전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다.
이 사건은 이듬해 발생한 일명 ‘엽기토끼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오인돼 왔다. ‘엽기토끼 사건’은 2006년 5월, 한 여성이 신정동의 반지하 원룸으로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도주한 뒤 건물 내부에 붙어있던 엽기토끼 스티커를 봤다고 진술했던 사건이다. 그러나 2006년 5월 당시 정 씨는 이미 강간치상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