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 개항 6년 지연… 부울경 30년 숙원 내팽개친 정부

공기 22개월 늘린 106개월로
신공항 개항도 2035년으로 늦춰
국책사업 약속 스스로 뒤집고
지역민 불편·균형발전은 외면
“잃어버린 6년 누가 책임 지나”
부산시·시민사회 들끓는 분노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5-11-23 18:52:22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 목표를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 미뤘다. 남부권 관문공항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의 약속이 뒤집혔지만, 공식 사과도, 문책도 없었다. 적기 개항을 고대하던 지역사회는 격앙 속에서 보다 신속한 착공과 개항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지난 21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 방침을 발표하면서 공사 기간을 106개월로 재추산해 연내 입찰 공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6개월은 지난 입찰에서 제시한 84개월(7년)보다 22개월(1년 10개월) 늘어난 것이다.

이후 정부와 공단은 사업자를 선정하고 기본설계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우선시공분을 착공하고, 2035년까지 가덕도신공항을 개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정부 기본계획 고시에서 명시하고 국민 앞에 약속한 2029년 개항 목표는 공식 폐기됐다. 정부는 활주로와 터미널 등 필수 시설을 완공해 2029년 12월 우선 개항하고, 2032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항의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충분한 기술 검토를 실시하고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즉각 반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는 가덕신공항의 신속한 착공과 적기 개항을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정부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공기 연장에 대한 과학적, 실증적 근거조차 결여된 채로 22개월이나 연장된 106개월로 공기를 결정한 것은 건설업계의 수용성의 벽을 넘지 못한, 자기모순에 빠진 결정”이라고 직격했다.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지난 4월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입찰 조건인 84개월(7년)을 어기고 108개월(9년)을 반영한 기본설계안을 제출해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그동안 정부가 약속한 공기로 신속하게 재입찰을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속도보다 이견 조정도 중요하다’며 7개월이나 끌다가 스스로 부적격 판단한 현대건설 측 기본설계안보다 고작 2개월 적은 공기를 내놓았다.

시민사회는 부산·울산·경남을 무시하고 우롱한 결정이라며 격앙했다. 동남권의 30년 숙원이자 여야가 합의해 특별법까지 만들며 추진한 적기 개항 약속을 저버리면서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 특히 분통을 쏟아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가덕신공항의 신속한 추진을 수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개항 6년 지연’이라는 결정에 대해 정부의 공식 사과는 한 마디도 없다. 정부는 전례 없는 국가계약법 위반으로 혼란을 초래한 현대건설에 대한 제재조차 못하고 있다.

가덕신공항과 거점항공사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박재율 공동대표는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위해 수년간 동남권 지역사회가 기울인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됐는데도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도, 국토부 당국자에 대한 문책조차 없이 2035년 개항을 말하는 건 부울경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각이 여삼추인 부산 시민들 입장에서는 국토부 결정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부산시도 시민 염원을 모아서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고 국토부에 요구해 개항을 1~2년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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