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11-25 07:00:00
우리나라 남성 대장암 발생률은 미국·영국을 넘어섰고, 전립선암 등 ‘서구형 암’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료진이 암 검진을 시행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생률이 미국·영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서구형 암’으로 불리는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췌장암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남성 대장암 발생률 특히 높아
24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하 의학원)에 따르면 국제암연구소가 세계표준인구를 이용해 산출한 2022년 각국의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40.1명으로, 영국(35.1명)과 미국(30.1명)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24.2명으로 미국과 같은 수준이었고, 영국(27.1명)보다는 조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잦은 음주와 과음, 비만, 운동부족 등을 꼽았다. 의학원 대장항문외과 한언철 과장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운동량이 부족하고 서구식 식습관을 선호하거나 잦은 음주, 과음 문화를 즐긴다면 대장암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발생률도 높다. 2012~2022년 주요 암 발생 현황을 연령표준화 발생률(인구의 연령 구조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정된 수치로, 고령화 등에 대한 착시를 배제하고 질병의 실제 위험 증가를 보기 위한 방법)로 분석한 결과 전립선암의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2022년 전립선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37.4명으로, 2012년(11.6명)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엔 남자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의학원 비뇨기암센터 서영준 과장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전립선암은 가족력과 유전력도 연관이 있고 나이가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가 되는 만큼 50세 이상일 경우 간단한 피검사로 가능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여성 폐암 발생률도 증가 추세
폐암은 2012년 27.9명에서 2022년 58.4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2022년 기준으로 남성 암 발생률 1위로, 갑상선암과 대장암에 이어 남녀 전체 3위를 기록했다. 남성의 경우 흡연 이력이 있는 고령에서 폐암 발생률이 높았다. 반면 여성 폐암 환자의 80%는 비흡연자로 보고됐다. 2022년 현재 여성 암 4위를 기록 중이다.
유방암 역시 같은 기간 25.5명에서 56.5명으로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방암은 2017년 처음으로 갑상선암을 앞지른 이후 지속적으로 여성 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 초경이나 늦은 완경 등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어지고, 출산력이나 수유력이 없는 경우, 고연령 출산, 음주 등이 유방암 고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완경 이행기 여성 4737명을 평균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체질량지수(BMI) 18.5 미만의 저체중 여성에서는 완경 이행기 초기 여성 호르몬과 유방조직 밀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는 완경 이행기 초기 저체중 여성에서 유방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궁내막암이 주를 이루는 자궁체부암은 2015년까지 발생률 10위권 밖이었지만 2022년에는 여성암 7위까지 올라왔다. 자궁내막암은 비만과 관련성이 알려진 암이며, 비만인 경우 발생 위험이 2~11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갑자기 생리양이 과다하거나 주기가 불규칙할 경우, 폐경인데도 질 출혈이 있다면 반드시 부인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자궁초음파를 받는 것이 좋다.
■간암·자궁경부암은 순위 밖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한국인의 대표 암으로 꼽히는 위암은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5위에 올랐고 췌장암은 꾸준히 6위를 유지하고 있다. 간암과 자궁경부암은 주요 암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간암과 자궁경부암 등의 발생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예방접종 덕분으로 풀이된다. B형 간염 예방 백신과 자궁경부암 백신의 역할이 컸고, 안전한 성생활과 각자 그릇에 덜어먹는 등 변화된 식습관도 간암 등의 예방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는 서구형 암의 예방을 위해 △균형 잡힌 식사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걷거나 운동으로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 △금연·금주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른 정기검진 등을 권유했다. 의학원 유방암센터 이온복 과장은 “특히 유방암의 경우 초기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40세 이상이라면 반드시 국가검진인 유방촬영을 받고 치밀 유방 소견이 있는 경우 유방 초음파를 꼭 받아야 한다”며 “가족력이 있다면 40세 이전이라도 가족이 진단받은 나이보다 5년 먼저 유방 검사를 받아볼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