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조 운용’ 이지스운용 인수전… 한화 vs 태광 2파전 구도

한화·흥국생명·중국계 사모펀드
부동산 펀드 1위 업체 입찰 참여
한화, 김동원 사장 글로벌 확장
태광, 이호진 전 회장 복귀 투자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11-24 18:19:05

한화생명 63빌딩 사옥. 각 사 제공 한화생명 63빌딩 사옥. 각 사 제공
태광그룹 사옥. 각 사 제공 태광그룹 사옥. 각 사 제공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전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태광그룹)의 참전으로 사실상 2파전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운용자산(AUM) 규모가 약 67조 원에 달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는 양 그룹 오너가의 승계 구도, 경영 복귀 등과 맞물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마감된 이지스자산운용의 본입찰에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실제 경쟁 구도를 한화와 태광 간 양자 대결로 관측한다. 매각 대상 지분은 최대 98% 수준이며, 인수 금액은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대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전에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든 배경에는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보험 계약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수익성 다변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 점유율 1위로, 오피스·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자산을 중심으로 총 67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각 그룹의 내부 사정과도 맞물려 의미가 크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은 한화생명은 공격적 M&A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23년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 인수 등 글로벌 금융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대부분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어 재무적 안정성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앞두고 대규모 투자 재개에 나서고 있다. 10여 년간 중단돼 있던 투자 활동은 최근 애경산업 지분 인수 등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룹은 2022년 말 향후 10년간 12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전 회장은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흥국생명은 인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적극적인 유동성 확충에 나설 정도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서울 종로 본사 사옥을 계열사 리츠에 7193억 원에 매각했고, 2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약 84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는 이 전 회장의 자녀인 이현준·이한나 남매의 경영 승계 작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본입찰 전에 원매자들에게 알짜 자회사 3개를 재매입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협상에 변수가 생겼다. 원매자들이 반발하자 해당 조항을 철회한다고 했지만, 법적 효력 문제가 남아 있어 연내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매각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라면 원매자들이 1조 원 내외의 금액을 베팅할 이유도 없고 연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은 부산 지역에서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내 AI 데이터센터 2기 건립·운영에 1조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7월에는 부산항 신항 양곡 부두 민간투자 사업과 관련해 1350억 원 규모의 대출 펀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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