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배우 이순재 별세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11-25 09: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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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KBS 제공

원로 배우 이순재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유족 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네 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호적상 출생연도는 1935년이다. 올해로 데뷔 70년 차였던 그는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로 활동해왔다.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영국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의 영화 ‘햄릿’을 본 뒤 연기를 결심했다. 데뷔작은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브라운관에서도 활약을 펼쳤다. 이후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이산’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안방극장의 대표 원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1~1992년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아버지’로 가부장적 아버지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 높은 시청률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극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 ‘허준’ ‘상도’ ‘이산’ 등에서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고인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코믹 연기로 ‘야동 순재’ 등 별명을 얻으며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다. 이어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특유의 빠른 걸음과 활력을 보여 ‘직진 순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순재는 드라마·영화 활동과 병행해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섰다.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이어갔다. 특히 2021년에는 최고령 ‘리어왕’으로 3시간이 넘는 공연 전 회차를 완주해 박수를 받았다. 2023년에는 체호프 희곡 ‘갈매기’로 첫 연출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건강 문제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는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연기 열정을 잃지 않았다. 고인의 주요 드라마 출연작은 140여 편에 달한다. 지난해엔 9~10월 방송된 KBS 2TV 드라마 ‘개소리’ 출연 후 올해 1월 열린 KBS 연기대상에서 생애 첫 지상파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체력이 많이 쇠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며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해 큰 울림을 남겼다.

고인은 잠시 정치권에도 몸담았다. 1988년 정계에 뛰어들어 1992년 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에 당선된 뒤 부대변인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고는 다시 연예계로 복귀했다. 최근까지도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후배 양성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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