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5-11-27 18:35:04
근대 100년 역사를 품고 있는 전남 목포시의 원도심. 목포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예쁘게 단장한 건물 한 채가 나온다. 목포시 대표 브랜드로 떠오른 ‘괜찮아마을’이다.
'괜찮아마을'은 8년 전 한 여행사가 ‘목포에서 6주간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목포의 빈집 다섯 곳에서 60명의 청년이 6주간 머물수 있도록 체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경쟁에 지친 청년들에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라며 ‘쉼’을 제공한 것이다. 목포라는 낯선 도시에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지역과 친해지는 시간도 갖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프로그램 수료 후 절반 가까운 청년들이 목포에 정착하거나 창업했다. ‘괜찮아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원도심에 활기가 돌았다. 이후 ‘괜찮아마을’은 호텔 비즈니스와 유료 체류 프로그램 등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중이다.
(주)괜찮아마을목포 홍동우 대표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 고향의 따뜻함과 안락함”이라면서 “경쟁에 실패해도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고, 남녀노소 모두가 목포에 휴식을 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의 이미지와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이른바 ‘로컬 브랜딩’이 전국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의 ‘테라로사’는 강릉이 커피의 도시로 변모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지금은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이끄는 강릉시의 대표 관광자원이 됐다. 이밖에 대전 ‘성심당’, 제주 ‘제주맥주’ 등도 관광객을 불러 모아 수익을 올리고 관계 인구를 정착시키는 등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이들 로컬 브랜드가 주목 받는 건 소멸 위기에 몰린 지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 까닭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역의 공동화가 심화하는 것은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성장 기반과 생활 여건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인재와 자본이 갈 곳을 잃고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흡수당하면서 지역을 소멸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자부하던 부산시를 비롯해 울산시와 경남도 역시 지역 소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남지방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부울경 인구는 744만 6000명으로 2000년보다 2.5% 감소했다. 여기에 2052년에는 지금보다 23.7% 급감할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인구 감소에서 출발해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요인에 도시 기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로컬 브랜딩’의 존재감은 커져간다. 중앙의 거대 자본이나 인프라 없이 당장 고유의 자원과 스토리만 갖고도 새로운 가치와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