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11-27 10:03:2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점과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수도권 집값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오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앞서 금통위는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바로 다음 달에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2·5월 두 차례 인하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결과다. 하지만 금통위는 하반기 들어 인하 행렬을 멈추고 7·8·10·11월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이는 환율과 집값 등 외환·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는 1477.1원으로,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반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최근 원화 가치 약세 배경으로는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 서학개미 등 거주자의 해외 달러 투자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 원화 가치 절하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집값과 가계대출 불씨를 되살릴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0% 높아졌다. 상승률은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셋째 주(0.50%) 정점을 찍은 뒤 3주 연속 떨어지다가 4주 만에 소폭 반등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현재 769조 2738억 원으로, 이달 들어 2조 6519억 원 불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 5270억 원)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 원)은 7월(1335억 원) 이후 가장 많다.
아울러 반도체 등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세 등으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 인하 압박이 연초보다 크지 않은 점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은도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각 0.9%, 1.6%에서 1.0%로 1.8%로 올려 잡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기 회복 전망, 환율·집값 불안 등을 근거로 아예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주기)이 끝났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수출, 소비 회복에 힘입어 경기 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뚜렷하지 않은 만큼 내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까지 1∼2회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 상승이 대부분 기저효과 때문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약해지면 경기 우려가 커지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