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세기 시조 외길 오롯이 담다

이우걸 시인, 전 작품 모은 전집 출간
‘시조 깊이 읽기’ 해설서도 함께 나와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12-01 15:50:59


이우걸 시조시인. 부산일보 DB 이우걸 시조시인. 부산일보 DB

“50여 년 저의 시조 인생이 모두 담긴 책입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모두 마친 느낌입니다.”

팔순을 앞둔 이우걸 시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50여 년간 시조 외길을 걸으며 경남을 넘어 이젠 한국 문단의 거장으로 통하지만, 책을 소개할 때 설렘은 여전하다. 이번에 발간한 <이우걸 시조 전집>은 지난 2013년 펴냈던 <이우걸 시조 전집> 이후 12년간 쌓아 올린 시편들을 더해 묶은 완성본이다. 500여 편의 시조를 담은 600쪽 분량의 책은 길었던 시조 인생을 드러내는 듯하다.

사실 작가의 전집은 사후 출판사나 연구자, 추모위원회가 발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처럼 작가가 직접 자신의 전 작품을 묶어 전집을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시인 역시 “작가 개인이 전집을 낸 사례는 경남에선 들어본 적이 없다. 전국 단위로도 사례가 많지 않다. 대부분 마음에 드는 시만 묶어 선집으로 낸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시인이 전집을 낸 건 50년간 쓴 모든 작품에 자신의 땀과 눈물, 애정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우걸 시조 전집>과 평론집인 <이우걸 시조 깊이 읽기>. 김효정 기자 <이우걸 시조 전집>과 평론집인 <이우걸 시조 깊이 읽기>. 김효정 기자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경북대 사회교육과에서 역사를 전공하며 학보에 시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경북대 국어국문학과에 재직하던 김춘수 시인이 문인의 길을 권유하며 본격적으로 창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유시를 썼지만, 역사 전공자로서 우리 전통의 시조가 외면당하는 걸 보고 시조도 현대시 차원으로 올려야겠다며 시조로 돌아섰다. 1973년 <현대시학>에 세 차례 추천되며 등단했고, 이후 13권의 시조집을 냈다.

그렇게 지난 50년간 시조 특유의 정형성에 소재, 주제와 표현 방식이 더 자유로운 현대 시조의 길을 만들어 갔다. 시와 달리 시조는 비평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까워 시조 비평을 활성화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 시인은 시조 비평가로도 뛰어난 결과물들을 남겼다.


이 시인의 남다른 시조 비평에 관한 애정은 이번 전집 출간에서도 드러난다. 전집과 함께 <이우걸 시조 깊이 읽기>라는 비평서도 나왔다. 유성호 문학평론가가 엮은 이 책에는 김경복 교수 외 비평가 15명이 이우걸 시조 미학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평론들이 실렸다.

유 평론가는 “이우걸은 시조시단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라 현대시조를 접할 때 필연적으로 경험하고 해명해야 하는 시사적 자산이다”라고 설명했다. 유 평론가는 이어 “선생은 시조 문학사에 자신만의 독자적 목소리를 각인한 예술적 거장으로 우뚝 남았다. 정형시단에 현대적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던 창의적 예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도 선생은 시조 창작과 평론에 관해 열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를 아는 문인들은 “아마도 이 시인의 다음 작품집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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