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5-12-01 18:32:31
토큰증권 이미지와 지난달 27일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작은 사진). 이날 회의에서 STO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연합뉴스
토큰증권발행(STO)은 부동산·미술품·저작권 등 비유동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권으로 전환해 소액 투자는 물론 24시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금융 융합의 결정체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법 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관련업계의 혼란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이 STO 법제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면서 STO 시장도 내년께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STO는 실물자산의 유동성 한계를 해소하는 새로운 자금조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STO 법안, 정무위 문턱 넘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STO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번 STO 법안은 토큰증권을 기존 자본시장·전자증권 체계 안에 정식으로 편입해, 발행·유통을 제도권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여야의 비쟁점 법안이기에 이달 중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등록계좌부 도입과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을 통해 토큰증권의 직접 발행·관리를 허용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투자계약증권 유통 제한 삭제로 발행·유통을 전면 증권으로 인정하고, 장외거래중개업 신설로 플랫폼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STO는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만들어 소액 투자와 24시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증권형 발행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산 유동성을 높이고 혁신기업의 자금조달도 앞당길 수 있다. 국회의 이번 법제화는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으로 인정하고 발행·유통의 근거를 마련한 조치다.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 기반을 갖춰 제도권에 공식 편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STO의 법제화가 숙원이었던 금융업계는 이날 국회 정무위의 개정안 의결에 반색했다. 금융투자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STO 제도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을 대단히 환영한다”며 “STO는 기술 혁신 시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와 혁신기업 자금조달 다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회장은 “여야 합의로 STO 도입의 첫발을 뗀 만큼 금융투자업계도 STO시장의 신뢰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TO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법안은 진작 통과됐어야 했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이라도 트랙에 올라탄 점은 다행이다”며 “법사위·본회의 처리 이후 시행령 개정에 최소 3~4개월이 더 걸리고, 공포 기간까지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는 돼야 본격적 시장이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내 GDP 14%까지 성장
지난 10월 3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 제2420호’는 2024년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을 34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이다. 보고서는 오는 2030년까지 STO 시장이 10배 이상 커지는, 무려 367조 원(GDP 대비 14.5%)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같은 시기 글로벌 STO 자산은 16조 1000억 달러로 전 세계 GDP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TO는 미술품과 음악 저작권, K콘텐츠 등 다양한 비유동성 자산을 손쉽게 상품화해 신속하게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이 펴낸 ‘조각투자의 이해 및 STO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기준 국내 조각투자 STO 시장의 주요 부문별 비중 중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29.8%로 가장 컸다. 그 뒤를 이어 주식(24.2%)과 부동산(19.9%) 기타 금융자산(18.6%), 펀드·채권(7.5%) 순서로 STO 시장을 분할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비금융자산 부문에 포함되는 자산군은 주로 실물자산이나 지식재산권(IP)과 같은 비정형적 자산을 토큰화한 조각투자 상품이다. 여기에는 미술품과 음원, 와인, 슈퍼카, 가축까지 다양한 자산이 거론된다.
다만 STO 법제화 이후 조각투자의 판이 새롭게 짜이면 기존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는 있다. 조각투자 시장이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새로운 구조로 개편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각 플랫폼에서 신규 상품 청약부터 매매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청약은 개별 플랫폼, 거래는 별도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 플랫폼)에서만 가능해진다.
현재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전에 한국거래소의 KDX, 넥스트레이드의 NXT, 루센트블록의 소유 컨소시엄이 경합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두 곳을 유통 플랫폼으로 선정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추가 계좌 개설과 플랫폼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들의 경우 신규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해야만 한다. 하지만 시행령이 나오기 전에는 대응이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법은 발행인 라이선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큰 틀만 정해졌고, 자본금·인력·인프라 같은 구체적인 요건은 시행령이 나와야 알 수 있다”며 “시행령에서 투자 한도나 거래 회전율 같은 규제가 너무 보수적으로 나오면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