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 2026-01-18 19:30:00
부산 영도구 봉래동 수도의원 노동현 원장이 지난달 24일 환자 60대 김 모 씨를 진료하고 있다. 김재량 기자 ryang@
“술을 줄이라고 했는데 왜 계속 드세요.” 지난달 24일 영도구 수도의원. 60대 김 모 씨를 향해 의사 노동현 원장이 나무라는 듯 당부의 말을 건넸다. 염려 반 원망 반 섞인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혈압이 높아 매번 지적 받으면서도 좀처럼 술을 끊지 못하는 이 씨에게 잔소리하는 주변인은 매달 진료실에서 마주 앉는 노 원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전국에서 전남 해남, 진도, 신안 다음으로 기대수명이 짧은 부산 영도구에서 60년가량 주민들을 돌봐 온 동네의원이다.
■노쇠 부른 초간단 생활
부산 206개 읍면동의 인구수와 인구 구조가 같다고 가정했을 때, 영도구는 11개 동 모두 부산 평균보다 사망자가 많은 유일한 기초지자체다. 본보와 건강사회복지연대가 함께 2005~2024년 20개년을 5개년씩 4개 시점으로 나눠 읍면동별로 간접표준화를 거친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을 분석한 결과다.
약 20년 전인 2005~2009년에는 부산 평균보다 사망률이 낮은 동이 3곳 있었다. 2015~2019년엔 5곳이나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던 2020~2024년에 들면서 영도 전역의 사망률이 부산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동별로 최소 7명에서 최대 147명 부산 평균보다 더 많이 사망한다.
“김칫국에 밥을 말아 먹는 정도로 끼니를 때우고, 움직일 공간이 없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건강이 개선될 수가 없죠.”
노 원장이 환자들에게서 발견한 건강 악화의 공통점은 ‘초간단 생활’. 그가 설명한 초간단 생활의 흐름은 이렇다. 만성질환이나 관절·디스크 문제를 오래 앓아온 환자는 나이를 먹으며 점점 냄새 맡고 듣고 보는 감각이 떨어진다. 음식이 상했는지, 집안에 곰팡이가 번지는지 알기 어렵다. 가족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돌봄 서비스를 받더라도 몇 시간 정도에 그친다. 씻고 빨래를 하며 위생을 챙기거나 적절히 영양을 갖춘 식사를 하는 사소한 노력 자체가 점점 버거워지며 자가 돌봄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는 “피검사를 해 보면 알부민 수치가 떨어져 있다”며 “노화나 영양 부족이 원인이 되는데, 영양분 운반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각종 질병과 감염에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노 원장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건강 지표 개선이 지자체의 주요 정책 목표가 되고, 돌봄 중심의 노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영도를 크게 부흥시키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금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연령대별 맞춤형 건강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절반 못 미치는 건강 인프라
처참한 건강 지표에 비하면 초간단 생활을 중재할 건강 증진 인프라는 부족하다. 영도구보건소에 따르면 시행 중인 각종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통틀어 1회에 지원할 수 있는 노인은 최대 100명. 영도구 65세 이상 노령 인구 3만 5500여 명의 0.2% 수준이다.
부산시가 60세 이상 주민의 노쇠를 늦추기 위해 시행하는 나서는 ‘노쇠 예방 건강UP’ 사업도 있지만, 이마저도 일부 동만 해당한다. 동 단위로 주민 건강 관리를 밀착 지원하는 ‘작은 보건소’격인 마을건강센터와 건강생활지원센터가 수행하는데, 영도구 내 11개 동 중 4개 동(동삼1·2·3동, 봉래2동)에만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영도 내 사망률 2~4위 신선·청학1·봉래1동에는 센터가 없다.
박성률 영도구보건소장은 “구에서 (건강 증진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으로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마을건강센터도 11개 동에 다 지으면 좋지만 설치 비용이 한 곳당 1억 정도 들고 운영비가 계속 투입돼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서 건강 지표가 낮은 쪽부터 먼저 설치했다”고 밝혔다. 보건소는 2027년 신선동 마을건강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시는 2030년까지 마을건강센터를 부산 200여 개 읍면동에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4년 전 밝혔는데, 현재 유사 기능을 하는 건강생활지원센터를 포함해 81곳 설치에 그쳤다. 시가 마을건강센터 1곳에 지원하는 연간 예산은 3100만 원 가량.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자체는 공간 확보부터 전담 인력 배치와 예산 지속 투입까지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지자체장이 특별히 건강 지표 개선에 관심을 두 않는 이상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아픈 취약계층에 의료와 복지를 함께 지원하는 통합돌봄도 3월 시행을 앞뒀지만 센터 1곳당 대상자 최대 5000명을 부담하는 구조가 예상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는 23곳이고, 통합돌봄지원법상 대상자(65세 이상 장애인·중증장애인)는 11만 4600여 명에 달한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초의수 교수는 “부산의 건강 지표를 고려하면 앞으로 삶을 지탱하고 질을 개선하는 사업을 더 강화해야 하고, 특히 건강과 의료 측면에서 취약한 지역에는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통합돌봄에서도 기존 자원인 마을건강센터와 재택의료센터를 어떻게 통합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