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승학산은 일본인이 마음대로 갖다 붙인 이름"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부산 지명의 연원과 변천 연구' 발간
언어학적 방법론으로 지명 재해석해
"용두산공원 제야의 종 타종 중단해야"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6-01-28 17:12:28

항공 촬영한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주변 모습. 이근열 교수는 용두산은 일본인이 잘못 사용한 지명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부산일보DB 항공 촬영한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주변 모습. 이근열 교수는 용두산은 일본인이 잘못 사용한 지명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부산일보DB

“기존의 지명 연구가 사료의 일부만 이용해 변천 시기를 단정하거나, 고유 지명의 차음 표기를 차훈 표기로 잘못 이해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오류가 많았습니다.”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의 얘기다. 이 교수는 최근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연구서 <부산 지명의 연원과 변천 연구>(동아기획)를 펴냈다.

이 교수는 책에서 연원이 잘못 알려진 것도 많으며, 더군다나 변천 과정이 밝혀진 지명조차 오류가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승학산(乘鶴山)을 예로 들었다. 한자 표기를 그대로 해석해 고려 말 무학대사가 마치 학이 나는 듯한 산세를 보고 명명했다고 전해지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 교수에 따르면 승학산의 원래 이름은 승악산(勝岳산)으로.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하고 높은 산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의 승학산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1909년 일제가 발행한 통감부 공보에서부터.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일제가 자신들의 소망을 하늘에 전달하는 사자인 학(鶴)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용두산(龍頭山)도 비슷한 사례로 등장한다. 원래 초량의 작은 산이라는 뜻으로 초량소산으로 기록돼 있었는데, 초량왜관 시기 일본인 거류지 가운데 있는 산이라는 뜻의 중산(中山), 둥근 모양을 본떠 원산(円山)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 교수에 의하면 1876년 일본인이 쓴 책에서 처음 용두(龍頭)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이 이름 역시 일본인이 신성시하는 용(龍)을 거류지 안 지명에 반영한 것이 그대로 전해지는 경우이다. 이 교수는 이런 지명 연원을 가진 곳에서 제야의 종을 타종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역사성을 왜곡하는 사례라며 중단을 주장했다.

최근 이근열 교수가 펴낸 <부산 지명의 연원과 변천 연구> 표지. 최근 이근열 교수가 펴낸 <부산 지명의 연원과 변천 연구> 표지.

이렇듯 책은, 기존의 문제가 되는 지명의 연원과 변천 과정을 자료 중심의 언어학적 방법론으로 규명하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고지도, 지리지, 일제강점기 지형도와 지명자료, 1959년에 작성된 국내 최초의 전국 지명조사철 등 여러 자료를 검토했다.

이 책은 특히 국어의 변천 과정, 차자표기법, 음운 변천 규칙, 방언 등을 반영한 언어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기존 연구서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존 지명 연구가 언어학적 방법론을 가진 지명학자들이 배제되고 역사학자, 지리학자, 민속학자들에 의해 진행되면서 차자표기법과 국어 변천 규칙에 맞지 않은 해석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부산의 일제 지명과 행정 지명’을 다룬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금정산과 고당봉, 봉래산과 고갈산 등 부산의 산 이름을 주로 다룬다. 3부는 동천과 범천, 명지와 취량, 기장 학리와 대변에 이어 연원이 불분명했던 여고와 미남 마을의 지명을 언어학적 방법론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지역의 인식과 문화가 담겨 있는 지명 연구는 문화 인식과 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잘못된 지명 정보가 ‘자료’나 ‘사료’라는 이름으로 전승되면 정보 혼란을 넘어 문화와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한글학회 회장, 한국지명학회 회장, 한글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교수는 2024년 부산시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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