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6-01-27 18:09:47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제공
설 연휴 극장가가 세 편의 한국 영화로 채워진다. 사극과 첩보 액션, 휴먼 드라마가 나란히 스크린에 포진해 명절 연휴 관객의 선택지를 넓힌다. 극장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각 작품은 각기 다른 장르 정체성을 앞세워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봉하는 작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다. 오는 2월 4일 개봉하는 영화는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사극이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한다.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단종이 유배지에서 생을 이어가던 시기, 그를 맞이한 한 시골마을 촌장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해진이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았고, 박지훈이 단종 이홍위를 연기한다. 유지태와 전미도도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작품은 계유정난 이후 단종의 유배 생활과 유배지에서의 시간을 주요 서사로 삼는다. 정치적 사건의 전개보다는 유배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관계와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유해진과 박지훈, 전미도, 유지태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는 2월 11일 개봉하는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영화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다. 비밀과 정보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베를린’(2013), ‘모가디슈’(2021)에 이어 해외 로케이션을 활용한 류승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이른바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감독과 제작진은 이번 작품을 위해 약 3개월간 라트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이 출연한다. 남북한 첩보 요원과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히는 구조를 바탕으로 액션과 추격 장면이 주요 장면으로 배치됐다.
같은 날 개봉하는 ‘넘버원’은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휴먼 드라마다.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줄어들어 보이기 시작한 아들이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최우식이 아들 하민 역을, 장혜진이 엄마 은실 역을 맡았다. 공승연도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가족과 시간의 유한성을 주요 소재로 삼으며, 일상적인 공간과 관계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최우식과 장혜진이 다시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이번 설 연휴 라인업은 특정 대작 한 편에 의존하기보다 장르별로 역할을 나눈 구성이 특징이다. 사극, 액션, 휴먼 드라마가 각자의 관객층을 겨냥하며 경쟁과 공존의 구도를 만든다. 극장가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이들 작품이 입소문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얼마나 긴 흥행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단기 흥행보다 작품의 흥행 ‘지속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람 패턴이 크게 바뀌면서, 개봉 첫 주 성적만으로 영화의 성패를 단정하기 어려워져서다. 영화 입장권 가격 상승으로 관객의 선택이 한층 신중해졌고, 관람 후 만족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관객 이탈이 빠르게 나타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명절 연휴 초반에 관객이 몰리고 이후 급격히 꺾이는 구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연휴 이전과 이후 평일까지 얼마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지가 실제 성과를 가르는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흥행작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관람 만족도가 높고, 추천을 통해 관객층이 서서히 확장되는 흐름을 보인다”면서 “예전에는 초반에 관객 입맛을 잡으면 장기 흥행을 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이제는 초반에 흥행하더라도 입소문이 꾸준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흥행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