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브라질서 임금 떼먹고 ‘기획 파산’ 논란…홀딩스 책임 확산

임금·퇴직금 등 노동 채무만 1500억 원대
법인 계좌 잔액 300만 원…‘깡통 파산’ 의혹
브라질 법원, 법인격 부인 소송서 일부 인용
책임 범위 포스코이앤씨 본사·홀딩스로 확대
ESG·아르헨 리튬 사업으로 리스크 확산 우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6-01-28 14:11:36

포스코이앤씨가 2016년 준공한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수주금액은 당시 기준 43억 4000만 달러(한화 5조 원)로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한 역대 해외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최대 규모였다. 포스코이앤씨 홈페이지 포스코이앤씨가 2016년 준공한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수주금액은 당시 기준 43억 4000만 달러(한화 5조 원)로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한 역대 해외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최대 규모였다. 포스코이앤씨 홈페이지

포스코그룹 건설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브라질 법인이 약 17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남긴 채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현지에서 ‘먹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체 채무 중 약 90%가 임금·퇴직금 등인데 브라질 법인 통장에 남은 돈은 300만 원도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브라질 법원이 법인격 부인을 일부 인용해 한국 본사로 책임 범위를 확대하면서 사태는 국제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28일 브라질 현지 언론사 G1과 ND Mais 등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PEB)은 지난해 8월 포르탈레자 제3기업회생·파산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신고된 총 부채는 6억 4400만 헤알(약 1768억 원)에 달한다.

채무 대부분은 근로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임금이다. 전체의 약 90%에 해당하는 5억 6700만 헤알(약 1565억 원)이 임금, 퇴직금, 사회보장 분담금 등 노무 관련 비용으로 파악됐다. 이는 법인이 운영 기간 중 지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비용조차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인권 문제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나머지 채무는 브라질 정부에 대한 미납 세금과 현지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기자재·서비스 대금 등이다.

반면 파산 신청서에 기재된 유동자산은 1만 1000헤알(약 300만 원)에 불과했다. 예금 잔고는 110헤알(약 3만 원)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변제를 위해 신고된 자산 역시 2015년형 포드 퓨전 차량 1대(약 7만 헤알)와 160만 헤알에 매입한 토지 정도가 전부였다. 해당 차량은 고장 상태이며 교통 관련 벌금도 미납된 것으로 전해졌다. 철수 과정에서 렌털 업체 소유의 굴착기와 발전기 등 장비를 무단으로 한국으로 반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지 언론은 수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변제 능력이 없는 ‘깡통 자산’만 남긴 채 파산을 신청한 것은 채권자를 기만한 의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부 매체는 이번 사태를 두고 ‘먹튀’, ‘사기 파산’, ‘기획된 파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지 공급업체와 협력사들은 ‘포스코 국제채권자협의회’(Associação Internacional de Credores da Posco)를 출범시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캄펠로 코스타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한 47명의 채권자와 16개 지역 기업은 브라질 법인의 파산 절차와 별도로 한국 본사에 책임을 묻는 법인격 부인(IDPJ) 신청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브라질 법인이 독자적 의사 결정권 없이 한국 본사의 지시와 자금 통제 아래 운영된 ‘경제적 단일체’에 해당한다는 채권단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브라질 법인의 채무 변제 의무가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포스코홀딩스로 확대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입찰 경쟁력과 금융·보증 조건, ESG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 채무 비중이 높은 파산은 국제 투자 기준에서 평판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하영민 연구원은 “유럽계 ESG 펀드의 이탈에 대한 이론적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법인 파산 논란은 남미 사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지 매체들은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가 인접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개발·생산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점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체제 내에서의 사법 공조를 활용해 채권단이 아르헨티나 리튬 자산에 가압류 조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리튬 사업은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포스코홀딩스가 사업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PEB)은 54억 달러 규모의 CSP 제철소 프로젝트에서 설계·조달·시공(EPC)을 총괄했으나, 공기 지연과 현지 비용 상승으로 수천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2023년 제철소 경영권이 아르셀로미탈로 넘어가며 수익원이 끊기자 법인은 자금 은닉 의혹 속에 파산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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