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6-01-27 20:30:00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와 분권균형 회원들이 2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경남(울산) 행정통합을 비롯한 광역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재명 정부의 연 5조 원·4년간 20조 원 규모에 이르는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둘러싸고 지자체 간 ‘선착순 경쟁’ 양상이 나타나면서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6월 지방선거라는 기준선을 두고 일정이 늦어지면 인센티브 자체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로까지 번지면서 형평성 문제도 불거져 나온다. 이에 지역에서는 단순한 재정 인센티브를 넘어 재정자치권 등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선착순 경쟁’이 아닌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통합 전략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면서 각 지자체의 통합 논의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등은 이날 국회에서 ‘전남광주특별시’ 명칭을 포함한 통합안에 뜻을 모았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6·3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 논의에 광주·전남이 가장 먼저 화답한 셈이다.
다만 정부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지자체장 출범을 권장하고 나서면서, 행정통합이 자칫 지자체 간 ‘선착순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를 둘러싸고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1일 행정안전부는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포함한 통합 방안을 설명했지만, 지원 대상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가 6월 이후 통합 지자체도 지원 대상인지를 묻자, 행안부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인센티브 지원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이뤄진다는 원론적 설명만 했을 뿐, 구체적인 대상 기준이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더욱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행정통합과 관련해 “대구·경북도 한다고 하고, 부산·경남 울산도 한다고 하고, 한꺼번에 하면 재정이 걱정”이라며 “동시에 하면 재정에 충격이 오는데 그러면 수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재정 부담을 이유로 6월 이전 통합을 약속한 지자체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역 불균형 가능성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2027년부터 추진될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통합 지자체를 적극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통합이 빠른 지자체에만 주요 공공기관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국가균형발전 취지와도 어긋날 수 있고, 여론 수렴 등 절차가 늦어질 경우 자칫 지역 간 편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기업 재정지원, 투자진흥지구 지정, 규제 완화 등 각종 혜택 역시 6월 이후 출범하는 통합 지자체는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통합 대상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도 속도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는 이날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통합 선거를 통해 광역 행정통합을 완성하느냐를 기준으로 각 지역이 순위 경쟁을 하는 듯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대구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실질적 지방분권과 선거제도 개혁, 숙의 공론화가 먼저”라며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논의의 속도전에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행정통합 자체가 목적이라면 ‘선거 전 통합’에만 집착하기보다, 지자체별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통합 방안을 제시하고 충분한 소통과 설계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행정통합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행정통합이 하나의 선거 전략으로 읽히는 모습”이라며 “지금 같은 방식이면 통합 성과보다 지역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