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6-02-10 17:47:20
배우 최우식.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부산 사투리가 제일 걱정됐어요. 감정 연기를 하면서 사투리를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배우 최우식은 영화 ‘넘버원’을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부산을 꺼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캐나다에서 생활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부산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우식은 “사투리는 단순한 말투가 아니라 정서가 담긴 언어”라며 “캐릭터 그 자체가 담겨 있는 언어에 격한 감정까지 얹어야 하는 게 무서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넘버원’은 총 37회차 촬영 가운데 20회차를 부산에서 소화했다. 부산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떠받치는 공간이다. 골목과 오래된 아파트, 집밥 냄새가 배어 있는 동네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보낸 시간의 흔적으로 작용한다. 중구 남포동과 백산길, 영도 라운지비, 동구 초원아파트를 비롯해 부산 곳곳의 골목과 생활 공간이 화면에 담겼다. 극 중 하민과 엄마 은실이 함께 사는 집 역시 동구 초원아파트에서 촬영됐다. 최우식은 “부산은 영화 속에서 고향이자, 돌아가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며 “하민이 엄마를 떠나보내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이 더 설득력을 얻는 이유에 공간도 한 몫한다”고 했다.
영화 ‘넘버원’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사투리 연기는 촬영 전부터 부담이었다고 했다. 최우식은 영화에 들어가기 한두 달 전부터 레슨을 받았고, 현장에서는 추임새까지 따로 익히며 세부적인 부분을 채워갔다. 그는 “원래는 현장에서 대사를 많이 고치고 입에 맞게 바꾸는 편인데, 사투리가 있으니까 그게 안 됐다”며 “사투리를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보단 감정 연기를 우선하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잘해도 사투리 연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제가 부산 사람이 아니라는 게 드러날 수밖에 없잖아요. 중요한 감정 신에서는 사투리에 너무 매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실제 부산 출신인 김태용 감독과 장혜진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됐다. 최우식은 “감독님이랑 장혜진 선배님이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더라”며 “두 분이 이야기하는 사투리 디테일이 따로 있더라”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사투리가 캐릭터의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라는 걸 더욱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부산 사투리에도 지역마다 많이 쓰는 말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면서 “극 중 하민이가 ‘압!’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것도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것”이라고 했다.
영화 ‘넘버원’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넘버원’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넘버원’은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을 때마다 눈앞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고등학생 하민의 이야기다.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하민은 엄마를 지키기 위해 오히려 집밥을 멀리한다. 최우식은 “지키기 위해 멀어져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웠다”며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하민의 모습을 연기하면서도 먹먹했다”고 털어놨다. 엄마 은실 역은 ‘기생충’에 이어 다시 만난 장혜진이 맡았다. “그때는 앙상블 연기가 중심이어서 모자 관계를 깊게 가져가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말 많이 주고받았어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었던 촬영이었죠.”
이번 작품은 최우식에게 여러 의미가 겹쳐 있다. 그는 “김태용 감독님과 한 ‘거인’ 이후 제 얼굴이 이렇게 크게 나온 포스터가 한 10년 만인 것 같다”며 “그동안은 형, 누나들 뒤에 숨을 수 있었는데 이번엔 ‘제 영화’라는 느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는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최우식은 “제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며 “가끔은 ‘나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른 뒤 이렇게 덧붙였다. “가정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영화를 하면서 더 많이 느꼈어요. 저 비혼주의 아니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은 꼭 하고 싶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