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6-05-18 06:37:40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단이 15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을 방문해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이송이 부위원장(왼쪽 세 번째) 등 노조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총파업을 주도하는 초기업노조의 부위원장이 노사 사후조정을 앞두고 “회사를 없애버리는 게 맞다”·“분사도 각오한다” 등의 망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번 사후조정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자 노조 위원장이 “굴하지 않겠다”고 반발한 것에 이은 극단적 메시지로 “노조가 핵심 산업과 국민경제 부담은 외면한 채 강경투쟁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삼성 안팎에서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이송이 부위원장이 전날 밤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분사할 거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돈 보고 이거(총파업) 하는 거 아니다”라며 “분사 각오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긴급조정이 사람 죽이는 것도 아니다”라며 “감방 보내면 책도 좀 읽고 운동 좀 하고 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원한다면 깡패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국으로 갈 것”이라며 “제대로 빡친 것 보여주겠다”는 등의 극언도 쏟아냈다.
해당 발언은 노조 조합원이 커뮤니티 등으로 글을 올리며 외부로 빠르게 확산했다. 그만큼 노조 내부에서도 극단적인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일부 조합원들은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성과급 요구만 하면서 노노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非)반도체 부문인 DX(디바이스경험) 소속인 이 부위원장이 ‘분사’까지 거론한 것은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한 가운데 나왔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도 전날 사측과 사후조정 사전 미팅을 가졌다고 밝히고 “사측이 (정부의) 긴급조정권(발동)을 시사하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 이후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극단적 발언이 이어지는 상황에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사실상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 협력업체 경영 악화와 투자 위축 등 국민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웨이퍼 폐기까지 발생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상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에 중대한 위험이 예상될 경우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비상조치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실제 발동 사례는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마지막이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진행되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다. 파업 예고일인 오는 21일까지는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마저 결렬되면 더 이상의 중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사후조정을 직접 참관하기로 한 것도 이번 조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대한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고 ‘연봉 50%’ 상한 폐지를 제도화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유지하되, DS 부문에 특별포상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