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6-05-17 21:00:00
시외버스 정류장 입지를 놓고 부산시와 경남도가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민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17일 오후 해운대시외버스정류소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불안정하고 열악한 시외버스 정류소 탓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부산시와 경남도는 ‘떠넘기기식 행태’로 책임과 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산시의 책임 강화와 함께 새로운 시외버스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시외버스정류소. 매표소가 마련된 컨테이너 가건물 안에는 벤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자리가 적고 비좁은 탓에 이용객 대부분은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최고 기온이 25도까지 오르면서 한 손으로 캐리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땀을 훔치는 이용객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경주행 버스를 기다리던 이 모(42·부산 해운대구) 씨도 “차량 플랫폼이 없고 도로와 정류소 간 경계도 희미해 보행자와 버스, 차량이 뒤섞이면서 위험한 순간들이 있다”며 “집에서 가깝다는 점만 아니면 이용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해운대정류소가 불안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부지를 확보하지 못 해서다. 해운대정류소는 기존 부지 계약 기간 만료 이후 현재의 국가철도공단 소유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영업하고 있다.
부산시는 앞서 정류소를 운영하는 해운대고속 측에 금정구의 부산동부터미널이나 중동역 해운대 수도권 정류소로 이전을 제안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인근의 입지가 좋은 현 위치를 벗어나면 이용객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인근 주상복합 상가 건물로 이전하는 안도 추진됐지만, 안전사고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해운대고속 관계자는 “부산시나 해운대구청이 나서 인근에 부지를 조성해 정류소가 운영되는 방안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업체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지금처럼 불안정한 운영을 이어가도 시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관련 법에 따라 노선 조정, 정류소 이전 등 사업과 관련된 인허가권이 부산시에 없고 경남도에 있다는 입장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은 독립된 사업시설이라서 터미널 소재지 관할 시도지사 모두에게 인허가권이 있는데, 정류소는 시외버스 노선의 일부 개념으로 노선 인허가권자인 도지사에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시외버스는 사실상 행정의 사각지대에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국가철도공단 측에 정류소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남도는 부산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류소 이전 등 사안은 의견 조회를 거치는 등 부산시와 충분히 협의하기 때문에 사실상 부산시 관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책임과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아대학교 김회경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간이 운영한다 하더라도 시외버스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서비스”라며 “부산 시민과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한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서대학교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권장욱 교수는 “해운대시외버스정류소 사태는 국제 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시와 해운대구의 현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며 “시외버스 거점은 관광객들의 도시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접근성 등 이용 편의를 고려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