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복수하겠다" 예고… 살인 막을 수 없었나

살인 부른 인터넷 논쟁

2013-07-18 10:58:27

사이버 상의 정치적 논쟁으로 촉발된 살인사건(본보 17일자 1면 등 보도)의 가해자가 부산에 머무는 동안 온라인 지인에게 범행을 암시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또 가해자는 인터넷에 과몰입해 정신상담치료를 받던 중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논란이 된 D사이트에 올라온 가해자 백 모(30) 씨의 카카오톡 사진의 진위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 메시지는 백 씨가 부산에 온 지난 5일과 범행일인 10일 사이 해운대구 반여동 피해자 김 모(30·여) 씨의 집 인근에서 작성된 것으로, 수신자는 D사이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으로 알려졌다.

정신상담치료 중 잠적
현장 주변서 치밀한 준비
두 차례 살해 시도 실패
지인에게 범행 암시도


백 씨는 지인에게 "김○○네 집 문 열린 것 같은 듯"이라 보냈고 지인은 "할거 없으면 일이나 해. ××××야"라고 답했다. 이어서 백 씨는 김 씨의 집 인근을 찍어 전송했다. 사진엔 김 씨의 집에서 가까운 경찰 지구대 벽이 보인다.

이 때문에 D사이트에는 백 씨가 사건 전 지구대와의 거리를 측정하며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조사 결과 백 씨는 부산에서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제구 모 찜질방과 모텔에서 지냈던 백 씨는 범행 5일 전부터 김 씨의 집이 잘 보이는 인근 아파트 등에 숨어서 김 씨를 감시했다.

또 범행 전 이미 두 차례 김 씨를 살해하려고 집으로 찾아갔지만 실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의 외출패턴을 확인한 백 씨는 김 씨가 채팅방에서 나오면 곧 외출한다는 것을 알고, 김 씨가 채팅사이트에서 로그아웃하면 김 씨의 집으로 달려갔다.

5일부터 이렇게 두 차례 범행을 시도했으나 김 씨와 마주치지 못했고, 결국 10일 세번째 시도 끝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이밖에도 백 씨가 정신상담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가족의 증언도 확보했다. 백 씨가 D사이트를 포함해 인터넷에 너무 몰입해 최근 가족이 치료를 받도록 했지만, 치료 기간 중 갑자기 백 씨가 잠적했던 것이다. 백 씨는 인터넷에서 무시당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올라오면 가족을 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3개월 전부터 김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으며, 이미 D사이트에서 김 씨에 대한 증오감을 수차례 밝혔고 복수를 암시하는 내용의 글을 남긴 상태였다. 결국 인터넷 지인들이 이런 징후를 경찰 등에 알렸다면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백 씨가 검거될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 2개 중 하나는 범행에 쓰인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 씨는 검거 전 일주일 동안 모텔에 숨어 자신이 D사이트에 올린 글들을 삭제해 왔다. 이때 김 씨 살해를 암시하는 패러디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정치적 이념 문제로 시작됐지만 피해자의 고소 엄포 뒤 집착과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인터넷 특유의 저질언어로 여러 네티즌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많아지자 백 씨가 분노를 참지 못했던 것 같다"고 사건을 진단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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