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첫 도입을 앞둔 '겨울 휴식기'를 놓고 현지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리그 역사상 최초로 겨울 휴식기를 가진다.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전까지 잉글랜드 팀들은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비교적 부진했는데, 겨울 휴식기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EPL을 제외한 유럽 리그 대부분은 겨울 휴식기를 도입하고 있었다.
EPL 겨울 휴식기는 2월 초부터 진행된다. 각 팀들은 2주간 경기를 쉬는데, 휴식기간은 팀마다 다르다. 덕분에 EPL 팬들은 '휴식기'에도 많은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겨울 휴식기 일정을 발표하면서 "클럽들과 국가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 FA컵 일정 탓에…'하나마나' 휴식기 비판
그러나 27일(이하 현지시간) 스카이스포츠의 '프리미어리그 겨울 휴식기: 당신이 알아야 할 점' 제하 기사에 따르면 모든 EPL 팀들이 당초 취지대로 최소 13일의 휴식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핵심 원인은 리버풀과 토트넘, 사우스햄튼, 뉴캐슬 등이 FA컵 재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슈루즈버리와 2-2 무승부로 인해 내달 4일 안필드에서 재경기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위르겐 클롭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가족이 있고, 그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2군 선수들만 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감독직 역시 2군 코치 닐 크리칠리가 대신하기도 했다.
토트넘과 무승부로 5일 재경기를 해야 하는 사우스햄튼 하센휘틀 감독은 "우리는 겨울 휴식기에 재경기를 해야하는데, 나는 이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토트넘과 1차전) 경기는 승자나 패자가 있어 마땅했다. 강도 높은 경기였고, 컵 대회에 걸맞게 팬들을 흥분시킨 경기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우스햄튼은 2월 1일 리버풀 원정 일정이 있다. 이후 본래 겨울 휴식기 취지대로라면 최소 13일 동안 쉬어야 하지만, 4일 만에 토트넘과 다시 만나야 한다. 또 이후 10일 만에 번리와 정규리그 경기가 있다.
토트넘 역시 2일 맨시티와 홈 경기 이후 3일 만에 사우스햄튼과 FA전을 치르고, 이후 아스톤 빌라 원정 이전까지 10일만 쉴 수 있다.
지난달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와 FA컵 경기에서 비긴 뉴캐슬도 내달 4일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 뉴캐슬은 재경기 3일 전에 노리치 시티와 홈 경기 일정이 있다.
정규리그와 FA컵 일정상 13일의 휴식이 가능한 팀은 번리, 본머스, 맨시티, 셰필드, 울버햄튼, 브라이튼 등 기타 팀들이다. 맨유와 첼시는 최장기간인 16일을 쉴 수 있다.
■ 유럽 5대리그 중 가장 짧은 휴식기…실효성 의문
2주라는 휴식기간 자체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튼, 뉴캐슬, 크리스탈 팰리스, 웨스트햄, 왓포드는 지난해 2월 이미 최소 13일의 휴식을 취한 바 있다.
재경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FA컵 진출 팀들 역시 다음 경기를 위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쉴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2월 후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원정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팀들은 정규리그 경기가 없어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리미어리그는 겨울 휴식기 동안 구단이 자체 전지 훈련 등을 떠나는 것은 허용하지만, 미국이나 중동 투어 등 영리목적의 친선경기를 여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올 시즌 대부분 EPL 클럽들은 휴식기에 선수들의 개인 휴가를 허용하고, 기존 훈련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리그의 겨울 휴식기와 비교했을 때 EPL이 보장하는 13일은 가장 짧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4주나 보장해왔고, 프랑스 리그앙은 24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18일을 휴식기로 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 A도 16일, 스코틀랜드 리그도 19일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스벤 에릭손, 파비오 카펠로 등 잉글랜드 감독들은 꾸준히 겨울 휴식기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현재 잉글랜드 사령탑인 사우스게이트는 다른 유럽 리그들에 비해 짧은 겨울 휴식기가 유로 2020에 나서는 대표팀의 경기력에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