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1-08 15:35:45
KBS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을 훼손한 사실이 알려지자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 이후 KBS는 두 차례 해명과 사과문을 냈지만, 고발과 시청자 청원이 이어지는 등 대중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8일 방송계에 따르면 안동경찰서는 최근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란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이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고발인은 고발장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을 근거로 “문화재 훼손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또 “KBS는 2007년 대하사극 ‘대조영’ 촬영을 이유로 문화재인 문경새재를 훼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며 “이는 KBS가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전혀 갖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안동시도 KBS 드라마 촬영팀이 소품용 모형 초롱 6개를 매달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만대루 나무 기둥에 못 자국 5개를 남긴 사실을 확인하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서현·옥택연 주연의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제작사는 지난달 30일 병산서원에서 촬영하며 서원 기둥에 등을 달려고 못을 박아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본 한 시민이 안동시에 문화재 훼손 신고를 했고, 지난 2일 한 건축가가 SNS에 비판하면서 공론화됐다. 병산서원은 사적 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우리나라 서원 중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며 보물로도 지정돼 있다.
KBS 측은 “기존에 나 있던 못 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면서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KBS 측은 “못 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한다”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KBS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KBS의 사과에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KBS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는 KBS의 문화재 훼손 논란 관련 청원이 여러 건 올라온 상태다. 방영 취소를 요청하는 청원글도 등장했다. 가장 많은 청원에는 228명이 동의했다. 이는 현재 KBS 시청자 청원에 올라온 전체 글 가운데 가장 많은 동의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