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1-08 18:27:22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침체와 대출 규제에도 2000~3000건을 유지하던 부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달 1000건대로 반토막 난 것이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한다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낸 자영업자 등이 경매로 내몰리며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8일 아파트 거래 플랫폼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모두 1229건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지난달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700건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하루 단위로 부동산 거래 신고가 등록된다. 다만 부동산 거래 신고는 매매 시점으로부터 한 달 이내에 하면 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말에 발표한다. 부동산 거래 중 당월 신고 비중이 통계적으로 약 70% 수준이라 지난달 아파트 거래를 1700건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는 탄핵 정국 이후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리라는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수치다.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월 3159건으로 33개월 만에 3000건을 넘기며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수준을 회복하는 추세였다. 8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며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10월 다시 3019건으로 회복하며 반등했다.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며 대출을 조였던 11월에도 매매 거래량은 2000건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본격화한 12월부터는 매매량이 1000건대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10월과 비교할 때 두 달여 만에 거래량이 56%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인 것이다.
부동산 거래는 경제 지표 외에도 정치 불안 등 사회·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앞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도 매매 거래량이 석 달 만에 급감하는 등 지역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기 직전이었던 2016년 10월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067건이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였던 이듬해 1월 3470건으로 반토막 났다. 당시에는 시장이 호황기였음에도 타격이 있었는데, 이번 사태는 시장 침체가 이미 장기화된 상황이라 피해가 더욱 클 가능성이 있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탄핵 정국 속에서는 부동산 거래를 늦추려고 할 것”이라며 “특히 자영업자 가운데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낸 사람들이 많은데 정치적 불안이 길어진다면 이런 집들이 경매로 쏟아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부산에서는 해운대아이파크(전용면적 154㎡)가 30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우트럼프월드마린(전용 187㎡)이 28억 5000만 원, 현대베네시티(전용 188㎡)가 26억 7000만 원 등에 거래됐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매매 거래량 전체는 극도로 위축됐지만 상급지 대형 평수의 고가 아파트는 꾸준하게 거래되는 추세”라며 “정치적 혼란이 지속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탄핵 정국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시장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