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2-19 15:42:35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편향성 조명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권의 일관된 ‘헌재 때리기’에 보수 지지층의 응집력도 덩달아 강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과도한 결집화는 중도 확장을 포기하는 길”이라는 우려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19일 국민의힘 재선·다선 의원과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사 등 다수가 헌재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들은 일제히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과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사법 갑질’, ‘좌경화’, ‘좌파 사법 카르텔’ 등 수위 높은 표현들을 쏟아냈다. 판사 출신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이독경, ‘마이웨이’만을 고집하는 헌법재판소의 오만한 갑질이 극에 달했다”며 “헌재가 윤 대통령 측 기일 변경 신청을 묵살해 윤 대통령은 당일 오전에는 형사 재판을 받고 오후에는 탄핵 재판을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20일 오전 10시에 열리기 때문에 같은 날 오후 2시에 헌재에 출석하는 게 어렵다며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신청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어 “빵 1개 훔친 절도범에 대한 재판도 이렇게 난폭하게 하지는 않는다”며 “막무가내식 재판을 강행하면 어느 국민이 헌재를 신뢰하겠나. 지금이라도 당장 내일로 지정된 변론기일을 변경해 실질적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도 “대통령 측은 20일에 형사재판 공판 준비 기일, 구속취소 사건 심문기일, 탄핵 심판 변론 기일을 모두 참석해야 한다”며 “당연히 변론 준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이날 SNS를 통해 “대한민국 법원을 장악하고 사법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려는 좌파 사법 카르텔을 척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대한민국 법조계의 숨겨진 비밀조직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좌경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면서 "이 두 단체 출신의 판사들은 좌파적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를 특정 이념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헌재를 직격했다. 그는 “헌재가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 열망, 직선제로 뽑은 자기 대통령에 대한 사랑과 충성에 대해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최고위원회의 등 당 회의를 통해 연일 헌재 비판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당내에선 ‘헌재 TF’에 중국인이 참여해 불공정이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권이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조기 대선’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메시지는 중도 확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가 멈췄고, 조기 대선 가능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결집화는 차기 대선에서 또 다른 리스크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