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린란드를 차지할 것이다. 100%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이런 그의 행동을 단순 기행으로 볼 수 없는 배경엔 미국이 처한 광물 위기가 있다.
우리가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노트북과 전기차 배터리, 태양열·풍력 발전 등에 꼭 필요한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주요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광산 개발, 자원 확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로이터통신의 에너지 전문 기자인 저자는 새 책 <광물 전쟁>을 통해 광물을 둘러싸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을 상세히 묘사한다. 미국, 볼리비아, 콩고, 중국의 광산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각국의 충돌 상황을 꼼꼼한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지역 주민, 주요 기업,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실제 목소리를 듣고, 광물 자립과 에너지 안보 문제를 짚어본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광산은 산간벽지에 있고, 국립공원이나 관광지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이나 원주민의 종교적 성지 같은 곳에 자리한다. 채굴을 위해서는 깊은 수직 갱도 수천 개를 파야 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유독성 폐기물을 담아두는 광미댐은 지역 파괴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광물 무기화에도 미국 내 광물 채굴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전 세계 광산을 무서운 속도로 장악하며 공급망 독점에 나섰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환경오염 탓에 광물 채굴에 나서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광산인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은 캐나다 업체 알몬티 인더스트리에 인수됐다. 값싼 중국산에 밀려 30년 전 폐광된 광산이 재채굴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어니스트 샤이더 지음/ 안혜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584쪽/ 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