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욕설” “소방관 갑질”…대선후보 2차 토론, 시종일관 네거티브

이재명 "내란심판" 김문수 "사기꾼 안돼" 이준석 "낡은세대 퇴진" 권영국 "극우 퇴출"
1차 토론 아쉬움 남긴 김문수, 시작부터 "총각이냐" 맹공
과거 이재명 가족 문제·갑질 논란·사법리스크도 소환
이재명 "소방관 갑질" 응수…지지층 결집· 거친 설전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2025-05-24 10:19:3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2차 TV 토론회에서 제 21대 대선후보들이 거친 설전을 벌였다.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이라는 토론 주제에도 후보들은 과거 가족 문제와 갑질 논란 등을 끄집어내며 상호 비방과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1차 토론회에서 차분한 대응을 이어갔던 이재명 후보도 상대 후보의 공격에 적극 반박하고 역공을 펼치며 1차 토론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최대한 각 진영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적 모습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후보 4명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사회 분야 TV토론에 참석했다.

이번 TV토론은 지난 18일 경제 분야에 이은 두 번째 TV토론이다. 지난 TV토론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김 후보는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절실하다는 촌평이 적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TV토론 시작부터 "진짜 총각이냐. 가짜 총각이냐"며 "진짜 검사냐. 검사 사칭이냐. 벌금 150만원을 받지 않았나"라고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이력을 직격했다.

또 "지도자가 되고 국민을 통합하려면 가정에서부터 통합돼야 하지 않나"며 "(이 후보는 자신의) 형님을 성남시장으로써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하려다가 그거 때문에 형수님과 욕하고 다투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도 1차 TV토론과 확연히 달라진 강경한 어조로 정면 돌파하며 응수했다.

그는 "김 후보는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며 "이건 우리 집안의 내밀한 사적 문제인데, 굳이 따지자면 본인은 갑질하지 않았나"라고 역공했다.

김문수 후보가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선 "김 후보가 소속된 그 정권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언론 플레이해가면서 마구 무작위 조작 기소를 한 결과"라며 "증거가 있으면 구체적 증거를 대보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소방관 관등성명' 논란, 이준석 후보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불참 논란 등을 건드리며 직접 역공에도 나섰다.

김 후보는 이어진 토론에서도 자신과 전광훈 목사의 관계를 지적하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허위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 또 걸리면 누범, 재범"이라며 단호한 태도로 발언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이 밖에도 이재명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논란,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논란, 대북 송금 의혹 및 백현동·대장동 사건 의혹 등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언급하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윗물이 이렇게 탁하고, 부정부패 비리에 이런 식으로 방탄 입법을 하고, 방탄조끼를 입고,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 공직이 유지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곧바로 "그건 넘어가겠다"고 하는 등,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이번 토론에서는 작정한 듯 공세 수위를 높인 모습이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반명(반이재명) 연대'가 뚜렷하게 나타난 분야는 의료 개혁 공약 토론이었다.

이준석 후보가 먼저 의료 재정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간병비 공약을 파고들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간병비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공약한 점을 언급하면서 "15조원 정도의 추가적인 간병비 혜택이 들어가게 되면 재원 마련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의료 재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간호·간병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상자나 질병이나 이런 것들에 따라서 재정 여건에 따라서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지난해 부산 피습사건과 '서울대병원 이송' 논란을 꺼내 들었다.

김 후보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전국 1등인데 서울대병원으로 옮겼고, 이 와중에 헬기를 타 '황제 헬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본인이 만들고, 그렇게 자랑한 성남의료원도 안 가고 서울대병원을 간 것을 국민은 이상하다고 본다. 해명해보시라"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성남의료원은 혈관 수술 인력이 없을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을 간 것은 가족이 (내가) 장기간 입원해야 해서 서울 근처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의료진이 그러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저는 다쳐 누워있을 때라 정확히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정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2 대 1'의 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이재명 후보의 재생 에너지 중심 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원전 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수십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만 주장하지 원전에 대해서는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도 이재명 후보를 향해 "한국의 대통령이 되시겠다는 분이 한국 원전에 대해서 불신을 가진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한민국 원전을 불신한다고 한 바 없다.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며 "원전이란 지금 당장은 싼 게 맞지만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위험을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그것을 계산하면 엄청나게 비싼 에너지일 수 있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RE100(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함) 정책을 고리로 역공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RE100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라는 김 후보 발언에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것만 산다고 원칙을 정했는데 우리는 못 한다고 하면 수출을 못 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현실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선 "언젠가는 재생 에너지 사회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준석 후보는 왜 그걸 자꾸 부정하고 이상한 소리를 하느냐"라고 쏘아붙였다.

범보수 후보 간 단일화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꺼내든 공세 카드였다.

그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 "(국민의힘에서) 당권을 주겠다든지 총리를 맡겨주겠다, 이런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내란 세력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냐. 거래를 하면 불법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저는 국민의힘의 이야기에 대해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토론 내내 단일화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김 후보가 그동안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구애'를 한 것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었다.

권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계엄·탄핵 관련 입장 등을 추궁하며 이 후보와 보조를 맞췄다.

권 후보는 "아직도 부정선거 망령에 벗어나지 못하는 윤석열 극우 내란 세력, 진실을 망상으로 덮어버리려는 음모론, 이것부터 척결하는 것이 사회 통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최저임금 문제 등을 놓고 이준석 후보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 공격성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후보는 이재명 후보였다. 이 후보에게 전체 29번의 질문 중 11번이 몰렸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각각 네 번의 질문을 이 후보에게 던졌고, 권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세 번 질문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8번, 7번 질문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두 후보에게 3번씩 질문했다. 권 후보는 세 후보에게서 한 번씩 총 3번의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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