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5-29 18:38:52
각종 재난 사고가 잇따르고 스마트폰 사용률이 급증하면서 부정적인 뉴스나 콘텐츠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소비하는 ‘둠스크롤링’이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둠스크롤링은 ‘파멸(doom)’과 ‘스크롤링(scrolling)’의 합성어로 전염병, 전쟁 등 부정적인 정보에 몰입해 끝없이 스크롤하며 소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0년을 정의하는 영단어 20개’에 포함된 이래 각종 대형 사건·사고 등이 발생할 때마다 거론돼 왔다.
둠스크롤링은 스마트폰 사용률과도 직결된다.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독성 있는 콘텐츠는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정보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더해지면서 둠스크롤링을 유발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22.9%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영선 과장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일시적으로 만족감이나 흥미를 느끼게 되지만, 이러한 자극이 반복되고 과도해질 경우 뇌의 보상 시스템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때로는 근육 긴장, 소화 장애, 두통 등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거나 최악의 상태만 상상하고 사소한 것에 크게 걱정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이 지속되거나 감정 통제가 어렵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부정적인 뉴스나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현실을 지나치게 비관하게 되거나 불안·우울 같은 정신 건강 문제와 수면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소비의 양과 질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둠스크롤링을 단순한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정보 소비 방식임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용자의 의식적인 조절 및 자기 관리 습관이 절실하다. 유 과장은 “하루 30분 이내로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제한하며 믿을 수 있는 출처의 뉴스와 긍정적 콘텐츠 중심으로 소비해야 한다”며 “온라인 활동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오프라인 취미 등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