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2025-05-29 11:42:38
<꽃을 공부합니다: 가드너의 꽃, 문화, 그리고 과학 이야기>의 저자 박원순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일하는 가드너이다. ‘식집사’(식물집사)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식물 키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전문가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꽃들의 형태학적, 생태학적, 생리학적 이야기뿐 아니라 꽃들이 인류 문화와 예술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문명사적 맥락도 소개하고 있다.
1억 300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상에는 40만 종에 달하는 꽃식물이 존재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꽃밭에 비유한다. 책에는 문명사 속에서 가장 빛났던 29가지의 꽃 이야기를 엄선해 실었다.
‘태양의 화가’라는 별명을 가진 고흐가 사랑했던 해바라기는 다른 꽃들이 부러워할 만한 미술사적 지위를 갖고 있다. 수천 송이의 작은 설상화와 관상화가 하나의 머리 모양으로 동그랗게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이 사방으로 광선을 방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게마다, 집집마다 걸린 해바라기 액자에도 이유가 있다. 동양권에서는 꽃이 황금색이라 하여 재물과 행운을 상징한다. 반면, 서양권에서는 꽃이 오래가고 뜨거운 여름을 잘 견딘다고 해서 장수를 상징한다.
수국의 원래 이름은 수구로, 꽃 모양이 비단에 수를 놓아 만든 아름다운 둥근 꽃이라는 뜻이다. 근세 이후에는 물을 좋아하는 국화라는 뜻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코코 샤넬이 사랑했던 동백꽃은 겨울에 피어 다른 꽃보다 계절을 앞서간다. 수녀원에 딸린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곳에 핀 동백꽃을 좋아했다. 그에게 동백은 늘 푸른 잎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나이에도 매혹적이다’란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박원순 지음/사이언스북스/360쪽/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