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6-11-03 10:48:19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2일 김정식 당 중앙군사위원 겸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지도 아래 전략순항미사일 산포전투부(집속탄두) 위력평가시험과 수직타격 비행특성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8조 원 대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데 대해 “황당무계한 낭설”이라며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하여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북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인데, 오는 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가능성이 점쳐지던 북미 대화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일 담화를 발표해 “미국이 세계 각 곳에서 발생하는 싸이버사기 행위들이 모두 우리의 소행인 듯이 국제 여론을 오도하는 것은 명백히 우리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 부장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바이낸스 사태의 배후로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한 것에 “황당무계한 낭설이며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이 국제적으로 싸이버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작정 우리와 연관시키면서 국제사회에 그릇된 대조선 인식을 유포시키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는 엄중한 반공화국 주권침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국제사회는 지난해 미 행정부가 취임하자마자 비법적으로 절취된 암호화폐 자산들을 몰수하여 국가의 전략예비비축금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른바 절취당한 거액의 암호화폐 자금이 회수되는 경우 누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겠는지를 따져보면 이번 해킹사건의 배후에 대한 단서가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에 우리는 워싱톤의 대조선 적대적 자세를 다시금 확인하였다”며 “대단히 불쾌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하여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대외관계를 사실상 총괄하는 김 부장이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재고해볼 문제들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일축하거나, 반대로 본격적인 회담 협상을 염두에 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수사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배후가) 북한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오는 18일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전략순항미사일에 탑재하는 집속탄두의 위력을 평가하고 수직타격비행의 특성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총국 산하 전투부연구소는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순항미싸일에 장착된 중형산포전투부로 5∼6정보(1정보는 약 9천917㎡로 대략 1㏊)의 표적 구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공개했다. 산포전투부는 하나의 탄두 안에 여러 개의 자탄(새끼탄)을 넣은 집속탄두(확산탄·cluster bomb)를 일컫는다.
북한은 지난달 31일엔 전술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집속탄두의 위력평가시험을 진행했다. 전술탄도미사일에 이어 전략순항미사일에도 집속탄두를 장착하기 위한 탄두 개발을 하고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