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체면치레’ 여자 ‘의외선전’…동아시안컵 ‘흥행참패’

동아시안컵 축구 결산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2019-12-19 19:13:00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벌인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 모습.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벌인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 모습.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부산에서 펼쳐진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18일 남자부 한국과 일본전을 끝으로 9일간의 격전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한국 남자축구는 우승컵을 들어 올려 겉으로 보면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전력상 열세인 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대회 흥행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2013년 이후 한국에서 6년 만에 열리는 대회였다. 부산에선 단독으로 개최한 첫 성인축구 국제대회라 축구계에선 더욱 기대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일전을 제외하곤 매 경기 관중석이 텅 비어 있을 정도였다. 사실상 흥행 측면에선 ‘대실패’였다는 평가다.


남, 골 결정력 부족 문제점 여전

‘점유율 축구 실속 없다’ 지적도

여, 강팀 일본 맞아 대등한 경기

홍보 부족에 A매치 관중석 썰렁


■남자는 ‘체면치레’ 여자는 ‘선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대표팀의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대회 첫 3연패’ ‘최초 개최국 우승’ 등 일단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곱씹어 볼 대목이 적지 않다. 벤투호는 1·2차전에서 홍콩과 중국을 상대로 겨우 2-0, 1-0으로 이겼다. 세 골 모두 세트피스 득점이라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 빌드업 축구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나마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일본전 1-0이 말해주듯 골 결정력 부족은 여전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대회엔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차출되지 않았지만, 벤투호는 참가국 중 가장 강한 전력이었다. 일본과 중국 대표팀은 사실상 2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겨도 본전인 대회에서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콜린 벨 감독의 여자 대표팀은 확실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벨 감독의 지도력이 빠르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미드필드부터 패스를 차단해 수비도 한층 안정됐다. 공수 전환도 빨라지고 공격 속도도 향상됐다. FIFA 랭킹 10위인 일본, 16위 중국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쳐 내년 2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 대한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흥행 스코어는 ‘참패’

이번 부산 동아시안컵은 경기 내용과 별개로 극심한 흥행 부진에 체면을 구겼다. 명색이 A매치 국제대회인데 12경기 평균 관중이 4198명(총 5만 374명)에 불과했다. 마지막 경기인 남자축구 한·일전에 2만 9252명이 찾지 않았다면 결과는 더욱 참담할 뻔했다. 6년 전인 2013년 7월 서울과 화성에서 열렸던 대회에선 1만 9665명(평균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관중 수가 5배가량 줄었다.

아무래도 손흥민 같은 해외파 스타들이 빠진 데다 일본, 중국 대표팀도 주전들이 대거 불참한 탓이 컸다. 스타 선수도 없는데 최고 9만 원에 이른 입장료도 논란이 됐다. 추운 날씨, 홍보 부족 등도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부산에 축구 전용경기장이 없는 문제도 흥행 참패에 기여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과 구덕운동장은 필드와 관중석 사이 거리가 멀어 시야도 좋지 않고 박진감을 느끼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부산아이파크가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한 시점과 맞물려 올해 구단과 부산시가 ‘전용구장 건설’을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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