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과 울버햄튼의 경기에서 또 다시 지나치게 미세한 VAR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면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리버풀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울버햄튼은 1-0으로 뒤지던 전반 추가시간 네투의 동점골이 터졌지만, VAR 결과 미세한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조니 카스트로가 공을 받았을 때 왼발이 약간 앞서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이날 득점취소에 항의하다가 옐로카드를 받은 누노 산투 감독은 "VAR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나 이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아주 먼 곳에 있는 심판들이 결정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누노는 VAR 심판진에 대해 "경기장에 있는 사람처럼 게임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안필드에서, 환상적인 스타디움에서 환상적인 팀과 팬이 있는데…우리는 득점이 취소되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이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외부에서도 VAR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1990년대 풋볼리그부터 심판을 맡아 2013년까지 프리미어리그 심판으로 활약한 마크 할시는 '더 선' 칼럼에서 "VAR이 프리미어리그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몇 번의 주말을 망쳤지만 토요일 경기는 특히 최악이었다"며 "선수들, 감독들, 그리고 팬들 모두가 불평하고 있고 나는 그 이유가 보인다. 아무도 이것을 즐기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스포츠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할시는 "나는 너무 많은 골이 VAR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해 취소되고 있는 것이 당혹스럽다"며 해당 문제점으로 '미미한 오프사이드'를 꼽았다.
그는 "순수주의자들은 '오프사이드는 오프사이드다'라고 말할 것이다"면서 "하지만 기술은 100%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사이드에 대한 해석은 열린 채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할시는 이어 "축구는 겨드랑이나 어깨에 대한 것이 아니다. 골을 넣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리그의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VAR이 지난 시즌 첼시와 카디프 경기에서 나온 아스필리쿠에타의 골과 같은 큰 오프사이드 오심을 바로잡을 것을 기대했다"며 "지금까지 VAR은 푸키, 댄 번, 막스 메이어의 세 골 중 어느 하나에도 개입해서는 안 됐다"고 비판했다.
이번 주말 EPL 경기에서는 리버풀-울버햄튼전 외 다른 경기에서도 타이트한 VAR 오프사이드 판정이 많이 나왔다. 크리스탈 팰리스, 셰필드 유나이티드, 브라이튼, 노리치 등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할시는 지나치게 미세한 오프사이드 판정의 개선책으로 크리켓처럼 VAR 챌린지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각 팀 감독이 경기당 제한된 횟수로 주심에게 VAR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그밖의 상황에서는 현장 주심의 결정을 따르자는 것이다.
EPL 전 주심 마크 클라텐버그도 유사한 비판을 내놨다. 데일리 메일 칼럼에서 클라텐버그는 "경기의 재미와 정신이 VAR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위험에 빠졌다"며 "우리는 아주 미세한 오프사이드도 오프사이드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거나, 경기장에 있는 심판들의 판정을 따르면서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자는 '겨드랑이 오프사이드'에 대한 논쟁을 없앨 것이고, 선수들과 팬들이 미세한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되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골을 기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버풀에서 뛰었던 그레엄 수네스는 스카이스포츠 방송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오프사이드 규정을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네스는 VAR에 대해 "공이 골망을 가르고 득점에 완전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득점이 인정될 때까지)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 너무 타이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축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고 TV를 보는 것은 90%가 골을 보기 위해서다"라며 "우리는 그들이 골을 보는 기쁨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 생각에는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며 "공격수의 신체 부위 중 일부가 온사이드 위치에 있다면, (예를 들어) 발이 라인의 뒤에 있으면 신체 대부분이 앞섰더라도 골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네스는 "이렇게 하면 애매한 상황을 없애고 더 많은 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지금은 혼란스러운 것이 너무 많다"고 거듭 강조했다.
BBC 스포츠 방송에서는 아스날 등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안 라이트가 VAR에 대해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의 행복을 뺏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스날 레전드 마틴 키언과 이안 라이트는 'VAR 도입 이전으로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안은 "VAR은 그저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오심 확률로 보면 VAR이 꽤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사회자가 '공격수의 신체 부위 중 일부가 온사이드 위치라면 온사이드로 인정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안은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라인에 서있을 때 앞으로 뛰어가려면 상체를 숙여야 하기 때문에 다리는 뒤에 있더라도 어깨가 앞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언은 "공개적인 포럼을 열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규정을 만드는 관계자뿐만 아니라 경기를 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