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2023-10-30 18:42:11
‘부산 사나이’ 엄재웅(33·우성종합건설)이 5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승자로 돌아왔다. 엄재웅은 부산 유일 남자 프로골프단을 이끌고 있는 우성종합건설 정한식 대표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부산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두 부산 사나이의 ‘동행’은 부산 골프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엄재웅은 지난 29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종합 합계 15언더파(269타)를 기록해 박상현(40)을 두 타 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엄재웅은 2018년 휴온스 셀러브러티 프로암 대회 우승 이후 5년 만에 우승했다. 엄재웅은 우승 상금 2억 원에 이번 대회 특별 우승 상금인 2억 원을 더해 4억 원을 받았다. 이날 우승으로 2025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엄재웅이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하는 순간 그의 우승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한 남자가 있었다. 정한식 대표였다. 정 대표와 엄재웅은 18번 홀에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정 대표는 길고 길었던 부상을 털어내고 우승한 엄재웅을 격려하며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정 대표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 출신 선수가 부산에서 열리는 KPGA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자 했던 오랜 ‘한’을 푼 기분”이라며 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 대표는 “엄재웅이 골프장을 찾아온 많은 부산 시민의 에너지를 받으며 우승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기뻐했다.
2008년 KPGA에 데뷔한 엄재웅은 2018년 우성종합건설 골프단에 입단했다. 정 대표는 성실하면서도 차분한 엄재웅의 성격을 확인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엄재웅은 입단 첫해 KPGA 첫 승을 신고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왼손 손목 인대가 파열돼 더 이상 투어 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2021년 7월 소속팀인 우성종합건설이 주최한 대회를 끝으로 손목 수술을 받았다.
당시 정 대표는 엄재웅이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국내 병원을 샅샅이 수소문했다. 엄재웅이 수술 이후 재활과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파트 한 채를 숙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엄재웅도 정 대표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매일 재활병원과 골프 연습장만을 오가며 재활에 몰두했다.
엄재웅은 “손목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 정 대표가 ‘진작 수술을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했던 순간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엄재웅은 “수술이 잘됐는지, 실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 수많은 걱정을 했지만, 정 대표가 믿어주고 ‘한번 해보자’는 말을 해줘 힘든 재활 기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대표는 엄재웅의 악착같았던 재활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정 대표는 “엄재웅이 오른손으로만 퍼터 연습을 3개월 넘게 하고, 손목 재활에 힘을 쏟으며 다시 일어서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그 고통을 감내했기에 이번 우승이 찾아온 것 같다”고 울컥한 목소리로 답했다.
정 대표는 KPGA와 아시안투어에서 활약할 발판을 마련한 엄재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뜻을 밝혔다. 정 대표는 “부산 출신 기업인인 나는 선수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사람”이라며 “엄재웅이 아시안투어·코리안투어에서 골퍼로서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늘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우성종합건설 선수단의 모자에 새긴 ‘BUSAN’ 영어 다섯 알파벳처럼 더 많은 부산 출신 골퍼가 KPGA 무대에서 활약하길 희망했다.
엄재웅도 정 대표의 무한한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엄재웅은 “정 대표의 아낌 없는 지원과 격려 덕분에 프로골퍼로서 자존감을 되찾았다”며 “많은 가르침을 주었듯 프로 골프계에서 더 많은 업적을 쌓을 수 있도록 전진하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