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 2024-11-12 18:17:11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해상운임 상승으로 올해 3분기에만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덕분에 수익성이 개선됐다. 운임 폭락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높은 이익이 점쳐지는 터라 ‘몸값’이 더 올라가 ‘주인 찾기’ 작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HMM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조 3258억 원, 1조 1122억 원으로 추산됐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33.4%에 달한다. 전망치대로 실적이 나오면 올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67%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848억 원의 배에 달하는 금액을 올해 3개월 만에 번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위협 등으로 홍해 운항이 중단되고, 수에즈 운하의 병목으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박이 늘면서 해상운임은 상승한 영향이다. 해상 운송 항로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8일 전주 대비 28.14포인트(P) 오른 2331.58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날(1030.24)보다 126% 오른 수치다.
예상을 넘어서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HMM의 매각 협상이 다시 시작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초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자로 지정됐던 하림은 인수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HMM 인수를 포기한 바 있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더 덩치가 커진 만큼 HMM을 인수할 자금력을 갖춘 국내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매각 협상 당시 하림이 적어낸 가격은 6조 4000억 원이었는데 현재 HMM 시가총액은 13조 원에 육박한다.
HMM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전환사채(CB)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확대도 매각 작업의 변수로 꼽힌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달 말 보유한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권을 행사했고, 두 회사 지분은 67.05%(산은 33.73%· 해진공 33.32%)로 커졌다. 내년에 잔여 영구채까지 전환하면 산은(36.02%)과 해진공(35.67%)의 지분율은 71.69%로 뛰어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나 현대차 등 대기업들도 진입이 쉽지 않을 만큼 HMM의 덩치가 커졌고, 15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내 유보금 등을 고려하면 특정 기업이 인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