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4-11-14 14:17:33
“노래 한 곡 부른 거 같은데 / 나는 무대 위에 혼자 서있네 / 한숨 한 번 쉰 거 같은데 / 내 머리 위엔 하얀 눈이 쌓여있네”
가수 이문세의 신곡 ‘마이 블루스’엔 인생에 대한 그의 사색이 담겨 있다. 1983년 정규 1집 ‘나는 행복한 사람’으로 데뷔한 후 40년 넘게 음악 활동을 해 온 이문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직접 노랫말을 쓰고, 음표를 붙인 곡이다. 섬세하게 빚은 노래에 깊고 그의 담백한 목소리가 더해지면 곡의 울림은 더욱 짙어진다.
이문세는 내년 발매를 목표로 정규 17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6시엔 선공개곡 ‘마이 블루스’와 ‘이별에도 사랑이’를 발표했다. 공개를 몇 시간 앞두고 이문세는 서울 마포구에서 신보 제작발표회를 열고 “앞으로 20년은 끄떡없이 (음악을) 할 생각”이라며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객석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이 블루스’는 집에서 블루스 기타를 연습하다 즉석에서 곡을 지었다고 했다. 이문세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시간”이라며 “이 땅에 함께 사는 (인생)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렇게 살았고 흘러가고 있다는 걸 노래에 담았다”면서 “(청년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아끼며 후회 없이 잘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한 ‘이별에도 사랑이’에 대해선 “사랑과 이별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는 노래”라며 “가을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했다.
1978년 CBS ‘세븐틴’ MC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문세는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곡만 해도 ‘소녀’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 사랑’ ‘광화문 연가’ ‘붉은 노을’ 등 셀 수 없다. 이문세는 “중간에 힘들던 때도 있었지만, 무릉도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대중이) 외면하지 않았기에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문세는 오랜 시간 음악을 하고 있지만, 갈수록 녹록지 않은 걸 느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어떻게 앨범을 16장 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며 “예전엔 뭣도 모르고, 음악을 만들고 씩씩하게 노래했다면 이제는 면밀하게 분석해 곡의 완성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문세는 “이 시대에 이런 음악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한다”면서 “곡의 완성도를 높여서 떳떳하게 신보를 내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산이 네 번 바뀔 동안 무대에 섰지만, 이문세는 여전히 음악을 할 때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거나 앨범을 만들 때 기타를 잡고 열심히 노래하니 좋더라”며 “집중할 일이 있다는 게 삶을 지탱할 힘이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런 그의 새로운 꿈은 댄스곡을 발표하고 무대 위에서 춤을 선보이는 거다. 이문세는 “춤 욕심이 있다”며 “신보 타이틀곡을 댄스곡으로 해서 예순 중반에 춤을 추는 게 꿈이자 로망”이라고 말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 등에서 DJ로 활약했던 이문세는 올 6월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로 13년 만에 라디오에 복귀했다. 그는 “이문세와 라디오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함수 관계”라며 “저는 라디오를 통해 성장했고, 라디오로 꽃을 피웠고, 수많은 청취자와 교감을 하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시즌제 콘서트 ‘씨어터 이문세’도 내년까지 연장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선배들이 은퇴한다고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아티스트에게 퇴장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용필 선배처럼 저도 은퇴 공연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