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09 18:34:03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전날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론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발에 부딪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공동 국정’ 구상을 “2차 내란 기도”라며 그 한 축인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는 동시에 ‘내란 특검’에 박차를 가하는 등 대여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퇴진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계파 간 이견이 커지면서 오히려 ‘탄핵 반대’의 구심력이 약화되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이 예고한 오는 14일 ‘2차 탄핵안’ 표결에서 윤 대통령의 운명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9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열어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놓고 내부 격론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친한계는 한 대표의 조기 퇴진 기조에 맞춰 ‘조속한 하야’를 주장했다. 시기는 ‘6개월~1년’ 내로 중지가 모이는 분위기다. 반면 당 주류인 친윤계·중진들은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통한 퇴진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는다. 퇴진 시기를 내후년 지방선거 또는 그 이후로 잡은 셈이다. 친윤계는 한 대표가 의총 등 내부 논의 없이 조기 퇴진을 못 박은 자체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한다. 당연히 ‘한·한 공동 국정’ 구상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담화는 당에 (국정 운영을)일임한다는 것”이라며 제동을 걸 태세다.
민주당 등 야권은 한 대표의 구상 자체가 ‘위헌’이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연이틀 포문을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한 대표와 한 총리가 무슨 권한과 자격으로 대통령 직무 배제를 말하는 것인가.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위헌”이라며 “민주당은 헌법 질서 전복을 노리는 어떤 행위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헌법상 대통령 직무를 정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핵뿐이기 때문에 한 대표의 조기 퇴진 약속에 진정성을 가지려면 탄핵에 협조하는 것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시 직무가 정지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규정은 없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날 한 총리에 대해 내란죄 고발, 탄핵 추진, 비상계엄 특검법 내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한 총리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이어갔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특검법’도 이날 발의했다. 계엄 사태에만 일반 특검과 상설특검, 국정조사 등 ‘3중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됐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는 데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는 임면권을 행사했고, 국방부는 이날 ‘지금 국군 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언론의 질의에 “대통령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상 존재하지 않는 선언적 의미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지적이다.
여권이 2차 탄핵안 표결 전인 14일까지 구체적인 퇴진 타임라인을 제시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번 탄핵안의 향방 또한 불투명해졌다. 친윤계는 표결 불참 당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한계에서는 표결을 강제로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친한계의 이런 입장은 대통령실의 구체적인 하야 일정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크지만, 문제는 ‘계엄 설계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국지전 유도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비상계엄의 진상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여론의 퇴진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출국금지 신청을 승인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금 조치는 사상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