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4-12-10 16:54:07
법원이 카자흐스탄 부산 영사관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당시 총영사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한 민사소송을 10일 각하했다. 외국 공관 사건이 한국 법원에 제기된 이례적 소송인데, 1심에서는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온 셈이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영사관 면책 특권이 있는 비엔나협약이 적용됐거나 피고가 해외에 있는 상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지법 민사제24단독 문흥만 판사는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 전 직원 A 씨가 아얀 카샤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10일 소각하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관 사무실에서 당시 카샤바예프 총영사에게 머리를 맞은 뒤 사무실에서 끌려갔다는 이유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폭행이 공무 중에 일어났다고 인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영사관원은 직무 수행 중 행위만 면책 특권을 누린다는 규정이 있다. 당시 A 씨는 총영사관에 앉아 있다 갑작스레 폭행을 당했는데, 법원이 근무 시간과 장소 등을 고려해 전 총영사가 공무 중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전 총영사가 임기가 끝난 뒤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라 각하 결정이 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외교부는 폭행이 공무 중에 일어났는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외교사절담당관 관계자는 “법원에서 외교부에 의견 조회를 하진 않았다”며 “행정 부처인 외교부가 입장을 표명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법률국과 공무 중인 상황인지에 대한 검토는 했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공식적으로 접수된 게 없고, 일방적 판단에 한계가 있어 입장을 얘기하긴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