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26 16:50:5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은 사람”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얼마든지 잘 협력하고, 공동으로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일’ 이미지가 선명한 이 대표의 이례적인 메시지로, 최근 ‘조기 대선’ 국면과 연계된 ‘중도 확장’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예방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과거 한때 일본의 침략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살았는데 변호사 활동 당시 일본을 방문했다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당시 일본 국민들에 대한 친절함, 근면함, 아름다운 풍광에 상당히 매료됐다”고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양국 관계 뇌관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 “가능하면 미래지향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를 둘러싼 논란 등 실효성 없이 감정을 건드리는 문제가 있는데, 마음만 먹으면 서로 해결할 길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문제, 과거사 문제와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분리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면 한일 관계도 근본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커지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런 전향적인 대일 메시지는 이전 행보와는 사뭇 구별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친일 굴종’이라고 비난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극단적 반대, 정부 내 ‘신친일파 척결’ 주장, ‘독도 밀약설’ 의혹 제기 등 반일을 정치적 자산처럼 활용해왔다. 민주당이 지난 4일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는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경한 반일 이미지를 쌓아온 이 대표가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한 우방국과 중도층의 불안한 시선을 의식해 메시지의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 진정성이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미즈시마 대사에게 “국민의힘은 양국 관계 발전과 한미일 협력 강화의 전략적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행동으로 보여왔다”면서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공고한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