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4-12-10 16:22:39
‘12·3 비상계엄’이 선포 며칠 전부터 은밀하게 준비됐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지난 1일 북한 도발을 이유로 주요 간부들에게 지시 대기를 하달했고 지난 3일에는 통신축선 상 대기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방첩사 이경민 참모장은 ‘12월 1일 여 사령관이 북한 도발 임박을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통신상으로 지시 대기를 내렸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참모장은 또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전에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들은 음주 자제하고 통신축선 상 대기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여 사령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이후 대남 풍선을 띄운 적이 없고,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이 군이 ‘도발’로 규정하는 무력시위는 지난달 5일이 마지막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여 사령관이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계엄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진입도 미리 준비됐다는 증언이 확보됐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영관급 요원 10명을 파견했다고 답했다. 문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전 10∼11시쯤 지시를 받았다고 기억한다”며 “첫 지시는 ‘해당 주에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 정도를 편성해서 대기시켜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국회 내에 국회의원 수가 150명을 넘기면 안 된다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제가 (특전사) 전투통제실에서 비화폰을 받으면서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이 100∼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들이 위(국방장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곽 사령관은 또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가 두 차례라고 밝혔으나 두 번째 통화에 대해선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곽 사령관은 두 번째 통화 내용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도 “말씀드리기 제한된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곽 사령관은 ‘어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가 내란 음모 및 실행(비상계엄)과 관련해 윤석열이 아니라 김용현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처럼 질문하지 않았냐’는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수본은 전날 곽 사령관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여야는 계엄에 관여한 군 인사들을 질책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인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오직 명령만을 수명한 채 출동했던 군인들은 어디로, 왜, 출동했는지도 모르고 나섰다가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한다”며 “군 지휘부는 철저히 수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고한 참군인들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 경위를 묻는 위원들의 질의에 ‘김 전 장관의 명령을 받았다’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가자 “마치 이등병이 상병·병장한테 명령받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창피하지 않나”라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민간인이다. 무슨 명령을 받아서 움직였다고 하나. 그럼 뒤에 있는 부하들은 뭐가 되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