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5-04-16 20:00:00
부산 남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 ‘오륙도 트램’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재도전에서도 경제성 부족을 판정 받았다.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오륙도 트램이 또다시 경제성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시와 남구청은 제2, 제3의 대안을 동시에 마련해 트램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오륙도 트램 사업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타 재조사에서 비용편익분석(B/C) 0.39, 종합평가(AHP) 0.42를 기록했다. 최소한의 사업성을 가르는 기준점인 0.7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국가 재정을 투입할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 예타 대상 구간은 남구 대연동 용소교차로(부산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용호동 오륙도SK뷰 아파트에 이르는 5.15km의 노선이었다. 이 중 경성대·부경대역~이기대어귀삼거리(1.9km) 구간은 실증노선으로, 트램 차량과 시스템을 실제 도심에서 시험 운영하기 위한 시범 구간이다.
오륙도 트램은 2019년 부산시가 국토교통부의 실증노선 설치 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다만 트램 실증노선 구간이 교통이 혼잡한 구역으로 설치 가능성과 실효성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 당초 2018년 공모 당시엔 사업비가 약 470억 원 들 것으로 추산됐지만, 2022년 설계 과정에서 총 예상 사업비는 906억 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의뢰했고, KDI는 사업성에 대해 최종적으로 부정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트램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남구청은 기존 노선이 암초를 만나면서 ‘플랜 B’로 오륙도 트램 방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부산시는 도시철도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산항선’이라는 새로운 그림 안에 기존 오륙도 트램 실증노선 일부(1.2km·부산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남부운전시험장 사거리)를 포함했다. 부산항선은 영도 태종대를 출발해 북항, 감만·우암·용호동을 거쳐 경성대·부경대역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24.2km의 도시철도 노선이다. 총 사업비는 약 7200억 원으로, 수소 트램 방식이 적용된다.
시는 오륙도 트램의 예타 탈락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예타에서 부정 평가가 날 것을 미리 알고, 오륙도 트램 전면 백지화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항선이라는 ‘새 판’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남구청은 이번 시의 발표와는 별개로 오륙도 트램 ‘플랜 C’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발주한 ‘오륙도~우암·감만선 통합 노선’ 용역도 부산항선 추진과 함께 오륙도 트램 노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남구청 김은경 교통정책과장은 “용역을 통해 오륙도 트램을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에도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어느 구간까지 실질적인 사업성이 확보되는지, 또 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 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