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5-05-01 18:25:49
“우주항공의 날 첫 번째 기념식은 반드시 사천에서 열려야 합니다. 첫 기념식조차 빼앗긴다면 향후 우주항공청 기능까지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경남 사천시에서 치르고 말겠다는 박동식 사천시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사천시에서 국가기념일을 축하하는 기념식조차 열지 못한다면 향후 우주항공청 기능을 활성화하고 우주항공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미래 청사진도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우주항공청이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사천시가 아닌 경기도 과천시에서 열기로 결정한 건 지난 3월께다. 박 시장은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에게 항의했고,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유감을 표명했고, 경남도의회는 역시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경남 개최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가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5일 박 시장은 윤 청장 등 우주항공청 주요 인사들을 재차 만나 기념식 문제를 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우주항공청이 과천시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지난해 5월 27일 사천시에서 우주항공청 개청식이 열린 만큼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은 다른 도시에 양보하자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과천시가 수도권과 가까워 행사 참석이 용이하고, 국립과천과학관에 나로호 모형 등 관련 체험·전시가 많다는 이유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윤 청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그는 ‘우주항공도시 사천’이라는 상징성과 우주항공청이 유치되기까지의 역사성, ‘우주항공청 소재지’라는 명분 등을 감안하면 과천시가 아닌 사천시에서 기념식이 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시장은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유치되기까지 지역 사회는 투쟁을 이어왔고, 우주항공청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수도권과 가깝고 주요 인사들을 불러오기 위해 과천에서 연다는 건 지역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당연히 우주항공청이 있는 사천에서 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어차피 5월 27일은 대선 직전이라 주요 인사 참석이 어렵고, 지역에도 관련 인프라가 많아 얼마든지 국제적인 행사로 치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과천시 개최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윤 청장에게 강하게 전달한 것이다.
무엇보다 박 시장과 사천시가 첫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우주항공청의 위상 때문이다. 기념식이 과천시에서 열리게 될 경우 겨우 뿌리를 내린 우주항공청의 기틀이 흔들릴 게 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대전 지역 국회의원 주도로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 신설을 추진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이다. 첫 번째 기념식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향후 하나하나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을 뺏길 가능성은 높다.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도 꿈으로 남게 된다.
반대로 첫 국가기념일인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사천시에서 개최된다면 ‘우주항공도시 사천’의 이름과 위상을 국내외에 확고히 할 수 있다. 사천시를 찾은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필요성도 재차 역설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직접 와서 우주항공청의 열악한 상황을 보고 지원 방안을 고민하게 해야 한다”면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이 왜 필요한지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기념식만큼은 사천시에서 열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시장은 그 예로 프랑스의 우주항공복합도시 툴루즈를 꼽았다. 그는 “지자체에서 우주항공산업을 활성화 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고 국가가 나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전폭적으로 밀어줘야 한다”면서 “우주항공청 개청을 축하하는 기념식조차 다른 도시로 빼간다면 어떻게 우주항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겠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행스럽게도 경남도와 사천시의 반발이 커지자 우주항공청이 기념식 사천 개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천시는 올해 제1회 기념식을 치른 뒤 2회부터는 축제 형태로 이를 바꿔 행사를 이어가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박 시장은 “올해 기념식을 잘 치른 뒤 내년부터는 사천시와 우주항공청이 협의해서 기념식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시 사천시가 시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규모를 확대하려고 한다. 단순히 축제를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주항공복합도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다. 사천뿐만이 아니라 경남, 나아가 부울경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