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어벤져스 2군’ 어셈블!…인간미 넘치는 영화 ‘썬더볼츠*’

어딘가 모자란 오합지졸 히어로들
안티히어로 장르적 재미에 충실
내면 불안 극복 스토리 감동적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5-05-01 07:09:31

“초능력 없음. 히어로 없음. 포기도 없음.”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썬더볼츠*’ 공식 포스터 홍보 문구입니다. 마블 스튜디오 신작인 ‘썬더볼츠*’는 가진 능력은 어정쩡한데 어딘가 하자가 있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안티히어로물을 표방합니다. ‘데드풀’ 시리즈처럼 B급 콘셉트를 내세우는 이 영화가 마블 스튜디오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직접 관람해본 기자가 관람 포인트를 짚어 보겠습니다.


영화 ‘썬더볼츠*’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썬더볼츠*’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썬더볼츠*’는 어벤져스가 없어진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도, 아이언맨도, 헐크도 더는 없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비밀리에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며 슈퍼 솔저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청문회장에서 발렌티나는 ‘어벤져스가 없어진 세상에 다시 빌런이 등장하면 누가 지구를 지키겠느냐’고 따져 묻습니다.

하지만 모든 영웅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윈터솔저’ 버키(세바스찬 스탠)는 초선 의원으로 활동 중이고, 소련이 만든 슈퍼솔저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은 일선에서 은퇴해 리무진 운전기사로 일합니다.

발렌티나 국장 수하에 있는 영웅들도 있습니다. ‘2대 블랙위도우’인 옐레나(플로렌스 퓨)도 그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다는 겁니다. 옐레나는 과거의 잘못과 고독에 시달리는 우울한 캐릭터고, 고스트(해나 존-케이먼)와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도 같은 이유로 성격상 결함이 있어 보입니다.


영화 ‘썬더볼츠*’에 등장하는 ‘썬더볼츠’ 팀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버키, 고스트, 옐레나, 존 워커, 레드 가디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썬더볼츠*’에 등장하는 ‘썬더볼츠’ 팀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버키, 고스트, 옐레나, 존 워커, 레드 가디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회성이 떨어져 협력이라곤 모를 것 같은 이 반영웅들은 어쩌다 한 팀이 됩니다. 발렌티나의 계략으로 옐레나, 고스트, 존 워커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게 계기입니다. 리더십은 없는데 리더 행세를 하는 존 워커를 비롯한 ‘하자 있는’ 캐릭터들이 삐걱거리면서도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유쾌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들과 한 팀을 이루게 된 밥(루이스 폴먼)은 영화의 핵심 캐릭터입니다. 베일에 가려진 밥의 능력과 어두운 과거가 드러날수록 위기와 갈등이 깊어집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안티히어로의 장르적 재미에 충실했습니다. 안티히어로는 어딘가 모자라지만 영웅적 면모를 가진 인물을 뜻합니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라 감정 이입이 쉽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자란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해결하는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킬 때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영화 ‘썬더볼츠*’의 밥은 회피 성향이 강한 음울한 캐릭터지만 썬더볼츠와 함께 하며 성장합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썬더볼츠*’의 밥은 회피 성향이 강한 음울한 캐릭터지만 썬더볼츠와 함께 하며 성장합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썬더볼츠*’ 역시 ‘어벤져스 2군’을 연상케 하는 모자란 영웅들이 서로 협력해 팀워크를 형성하는 스토리를 통해 쾌감을 안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약점과 ‘흑역사’를 억지스럽게 풀어내지 않아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서사를 켜켜이 쌓아 올리는 완급 조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들 캐릭터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공허함과 자기혐오는 현대인의 초상 같기도 해 더욱 몰입이 됩니다.

‘흑화’된 밥의 내면 세계를 흥미롭게 묘사한 점은 기존 마블 영화와의 차별점입니다. 발렌티나의 슈퍼 솔저 프로젝트로 엄청난 힘을 얻게 된 밥은 극심하게 불안정하고 어두운 내면 탓에 ‘흑화’해 빌런으로 거듭납니다. 썬더볼츠는 사태 해결을 위해 밥의 내면에 접근하는데, 그 방식이 ‘인터스텔라’(2014)나 ‘인셉션’(2010)과 같은 공상과학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독특합니다.

영화 ‘썬더볼츠*’에서 히어로들이 엘리베이터를 탄 모습. 날 수 있는 영웅 하나 없는 ‘썬더볼츠’의 짠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썬더볼츠*’에서 히어로들이 엘리베이터를 탄 모습. 날 수 있는 영웅 하나 없는 ‘썬더볼츠’의 짠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에서 기대하는 액션은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쉬웠습니다. 액션신 자체는 화려하면서 임팩트가 있었으나, 흥행에 성공했던 기존 마블 영화와 비교하면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주연인 플로렌스 퓨와 루이스 폴먼의 감정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를 강조하는 일관되고 뚜렷한 메시지는 따뜻한 감정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이 메시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따금 신파적 연출을 사용한 것이 관객 성향에 따라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반대로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썬더볼츠*’는 최근 혹평을 받은 마블 영화들과 비교하면 각본과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각 캐릭터의 매력이 일명 ‘전성기 마블’ 캐릭터들에 비해 떨어지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날아다닐 수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는 짠한 영웅들에게서 인간미를 느낄 수는 있지만, 위엄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들을 보지 않은 관객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의 정도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쿠키 영상은 2개인데, 하나는 영화가 끝난 직후, 다른 하나는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뒤에 나옵니다.


제 점수는요~: 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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