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6-21 17:09:11
부산에서 고등학생 3명이 숨진 사건을 두고 이들이 재학 중이던 학교가 10년 넘게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되며 행정이 부실했던 점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신규 이사진이 곧 선임될 예정이며, 특별감사에도 착수해 최근 3년간 제기된 민원과 운영 이력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21일 오전 11시 김석준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39분께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부산 A예술고등학교(이하 예고)에 재학 중인 2학년 여학생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청은 인성체육급식과장과 중등교육과장을 중심으로 대응반을 꾸리고, 사고 경위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또한 유족 지원을 위해 이날 오후, 숨진 학생들의 빈소가 차려진 병원 3곳에 각각 장학관 1명을 긴급 파견했다. A예고 또한 이날 오전 10시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교육청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망 경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다만 A예고의 오랜 학내 갈등이 이번 사건에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A예고의 학교법인은 부실 경영 등을 이유로 10년 넘게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설립자 측과 이후 운영을 맡은 신규 재단 간의 갈등이 장기화돼 왔다. 대법원은 설립자 측의 소유권을 일부 인정했으나, 신규 재단이 학교 운영 당시 투입한 37억 원을 변제하라는 조건을 달아 운영권 정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신규 재단 관계자 B 씨가 A예고에 근무하며 교장의 인사권을 무시하고 학교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3월 학생들 전공 강사 14명 중 11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이 같은 대규모 인사가 학생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A예고 학부모는 “새로 부임한 특정 강사가 아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김석준 교육감 취임 이후 해당 학교와 관련된 민원을 다수 접수했고, 운영 구조 개편을 준비해 왔다는 입장이다. 기존 관선 이사들이 최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시교육청은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새 이사 후보를 이미 추천한 상태다. 사분위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새 이사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이사진 교체를 시작으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와 별개로 김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도 즉시 착수할 계획이며, 최근 3년간 제기된 민원과 운영 이력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 시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